재경차관 "3·4·5 비전 도전적…반도체 호황 기회로 대규모·압도적 투자"

[하반기 경제정책]잠재성장률 3%·수출 세계 4강·GNI 5만 달러 목표 제시
올해 성장률 3%로 상향…KIC 종합형 국부펀드·공급망 4단계 대응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기본적으로 저희가 낸 3·4·5 비전이 도전적이다, 저희들도 인정한다"며 "하지만 저희들은 이 상태에서 계속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지나가면서 사라지는 게 아니고, 이를 기회로 삼아서 대규모·압도적 투자를 하면 그 기간 동안에 (잠재성장률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3·4·5 비전은 각각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뜻한다.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호황, 압도적 투자로 연결…잠재성장률 반등 계기"

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일시적인 경기순환에 그치지 않고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한 대규모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 차관은 지난 10일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상세브리핑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미국이 대규모 IT 투자를 계기로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킨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가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어마어마한 양의 투자 규모"라며 "저희들이 미국 사례를 살펴봤을 때 잠재성장률이 미국도 떨어지고 있었는데 잠재성장률이 반전된 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도적인 투자가 있은 다음에는 이것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총요소생산성이 따라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됨으로써 잠재성장률이 한 번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한국의 중장기 성장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 차관은 "이미 일부 IB들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전망까지 올렸다"며 "저희는 이게 완전히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아니고 도전적이지만 해볼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갖고 이재명 정부 내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잠재성장률 3%의 구체적인 달성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아시겠지만 구체적인 달성 시기를 저희가 찍기는 어려운 사항"이라며 "하지만 이것을 목표로 삼고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올해 성장률 3%로 상향 "최신 데이터까지 보고 판단…가장 큰 변화는 반도체 수출"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p) 상향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보다 높은 전망치다.

이 차관은 정부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 대해 다른 기관보다 최신 수출과 투자 지표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기관이 전망한 시점은 5월쯤이고, 당시에는 아마 3~4월 데이터를 갖고 추계했을 것"이라며 "저희들은 가장 최신 데이터까지 보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변화는 결국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출 증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6월 실적에서도 확인했듯이 수출이 굉장히 지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쪽이 많이 늘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전쟁의 긴장이 다소 완화된 점도 성장률 전망에 반영했다.

이 차관은 "최근에도 조금 약간 불확실성이 있지만 상당 부분 완화가 됐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결국에는 물가의 하락 압력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한 내수나 수출에도 좋은 영향이 갈 거라는 걸 감안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앞당길 가능성도 포함했다.

그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가 조기에 빨리 설비투자를 (앞당겨) 시행하는 분위기로 보고 있어 그런 내용도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2% 초반을 잡았는데 현재는 5%로 설비투자를 올렸다"며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미쳤다고) 종합적으로 봤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책 의지는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KIC 종합형 국부펀드로…"새로 만들기보다 네트워크 활용"

정부는 별도의 국부펀드 기관을 설립하는 대신 한국투자공사(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개편한다.

이 차관은 "KIC가 우리나라로서 보면 국부펀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KIC의 국부펀드 역할은 해외에서 외화보유고의 관리 차원과 함께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국부펀드로서의 어떤 네임밸류가 있기 때문에 기존에 돼 있던 네트워킹을 충분히 이용하기에는, 새로운 걸 신설하기보다는 KIC를 활용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KIC는 어떤 저축형 국부펀드라면 저희는 전략적 국부펀드를 총합해서 종합형이 된다"며 "물론 그 안에는 파이어월(네트워크 접근통제정책)을 잘 쌓아서 서로 간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부펀드가 국내 투자할 때 해외에서도 국부펀드가 와서 앵커 역할도 같이 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장점이 있고, 신속한 설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감안했다"고 말했다.

공급망 대응 4단계…"생산·비축·해외기지·다변화"

정부는 공급망 대응체계를 국내 생산, 비축, 해외 공급망 기지 구축, 수입 다변화 등 4단계로 마련한다.

이 차관은 "중동전쟁을 겪으면서 지난 석 달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충분히 느꼈다"며 "이러한 리스크는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급망 쪽에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로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도와주고, 국내 생산이 어렵다면 비축을 더 잘하고 더 많이 하자는 것"이라며 "국내 생산도 어렵고 비축도 어렵다면 해외에 공급망 기지를 만들고, 이 세 가지가 모두 어렵다면 다변화라도 해야 한다는 네 가지 절박한 마음을 갖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국내 생산이 가능한 경제안보 품목에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한다.

이 차관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굉장히 높고 유망하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세제 지원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생산이 어려운 품목은 비축 물량과 인프라를 확대하고, 생산과 비축이 모두 어려우면 해외 공급망 거점을 구축한다.

그는 "해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제대로 투자해 보자는 생각"이라며 "국부펀드나 우리나라의 여러 자금을 활용해 해외에서 기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과 비축, 해외 생산이 모두 어려운 품목은 수입선을 다변화한다. 정부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도 국내 정유 설비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정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중동산 원유가 들어오지 않을 때 다른 나라의 원유는 우리나라가 이미 갖춘 설비 기술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며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보다 우리나라의 설비 기술을 바꾸기 위한 R&D 투자를 늘려 중동 원유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