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거래일 3분의 1'이 환율 1500원대…종전·MSCI 호재 약발도 떨어져

환율 25거래일째 1500원대…한 달간 한 번도 밑으로 안 내려가
변수는 달러 강세·외국인 주식 수급…반기말 이후 코스피 흐름 '관건'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환전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올해 거래일의 3분의 1가량을 1500원대에서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은 지난달 중순 이후 약 한 달간 단 한 차례도 15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중동 전쟁 종전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 등 그간 환율 하락 재료로 거론됐던 요인들의 힘이 약해지면서, 1500원대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뉴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 지속 기간과 외국인 주식 매도세 및 반기 말 리밸런싱 수요의 향방이 환율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올해 거래일 3분의 1이 1500원대…한 달간 단 한 번도 1500원 밑으로 안 내려가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원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0.0원 오른 1537.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올해 1월 2일부터 6월 22일까지 114거래일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이상에서 마감한 날은 37거래일에 달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들어 1500원 이상에서 마감한 거래일 비중은 32.5%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연간 비중 19.3%를 크게 웃돈다.

아직 연말까지 거래일이 남아 있어 올해 수치를 연간 기록으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사상 처음으로 연간 거래일의 3분의 1 이상이 1500원대에서 마감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25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했다. 주말과 휴장일을 제외하면 약 한 달간 환율이 단 한 번도 15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셈이다.

해당 기간 평균 환율은 1515.7원이었다. 저점은 1500.3원, 고점은 1539.1원으로 집계돼 저점 기준으로도 1500원을 넘겼다.

문제는 환율 하락 재료로 거론돼 온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이 약화된 데다, 중동 종전 협상도 기대와 달리 환율 하락 재료로서의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물론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재진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4일 발표될 'MSCI 시장 재분류 평가'의 가늠자인 'MSCI 연례 시장접근성 리뷰'에서 한국이 전체 18개 평가 항목 가운데 5개 항목에서 여전히 '개선 필요' 판정을 받으면서다.

통상 선진국지수 편입 논의가 본격화되려면 개선 필요 항목이 사실상 사라지거나, 남더라도 1~2개 수준까지 줄어야 한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와 원화 수요 증가를 통해 중장기적인 환율 안정 요인으로 기대돼 왔다.

중동 종전 협상도 환율 하락 재료로서의 힘이 약해졌다. 협상 자체가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서명 이후에도 군사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단순한 종전 기대만으로 환율을 1400원대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협상이 확실하게 마무리되면 환율 안정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현재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 매파 기조·외국인 리밸런싱 겹쳐…달러지수 100선 재돌파

최근 환율을 끌어올리는 직접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리밸런싱 수요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 환율 상방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리밸런싱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하면서도 향후 정책금리 경로를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매파적 동결'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2일 장중 100.95까지 올랐다. DXY가 100을 넘긴 것은 지난 19일 이후 4일째다.

DXY는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100을 웃돌면 달러 가치가 장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 통화도 달러 강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달러 강세를 제어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식 수급도 환율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올해 들어 국내 반도체주와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차익실현에 나설 유인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코스피가 계속 오르면 외국인 보유 비중이 커져 리밸런싱 수요가 더 길어질 수 있고, 반대로 지수가 주춤하면 매도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외국인 주식 매도 물량이 140조 원을 넘었다"며 "하루 3조 원 안팎의 매도 물량이 나오는 날도 있어, 이 물량이 환전으로 이어질 경우 달러 수요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기 말 결제와 리밸런싱 수요가 마무리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이 다소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국내 증시 상승세까지 지속될 경우 외국인 차익실현 수요도 길어질 수 있어, 단기간에 1500원 아래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이 일시적 고점이 아니라 새로운 박스권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고환율 뉴노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유가 하락이나 종전 기대만으로 환율이 빠르게 내려가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1500원대가 뉴노멀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개장 시황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7.99포인트(p)(1.08%) 내른 8954.43에 개장했다. 2026.6.22 ⓒ 뉴스1 최지환 기자
정부 대응에도 1500원대…당국 "24시간 철저히 모니터링"

정부도 외환시장 수급 개선을 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전자관보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오는 9월 30일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른바 '은행세'로 불리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은 시중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부채에 부과하는 정책성 부담금이다.

부담금 면제는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해 국내에서 운용할 유인을 높이는 조치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한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에 나오는 달러 공급을 늘려 외환수급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외환당국은 △외화지급준비금 이자 지급 연장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점검 △수출기업 환전 협조 요청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기존 안정화 조치도 유지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율과 외환수급 상황을 24시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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