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로 불장 올라탄 개미들…'금리 인상·주가 조정' 우려에 진땀

증시 열풍에 5월 가계대출 9.3조↑…마통 등 기타대출 5.3조 급증
고금리에 하락장 겹치면 치명타…한은 "반대매매 변동성 유의해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중동전쟁 장기화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다시 확산하면서 기준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KOSPI) 상승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이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면서, 반대매매 등으로 투자 손실이 확대될 경우 부실대출로 이어져 금융안정을 해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스피 랠리에 다시 불붙은 '빚투'…기타대출 5조 3000억 원 급증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 8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6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전월(2조 1000억 원)의 3배를 웃돌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타대출은 4월 6000억 원 감소에서 지난달 3조 7000억 원 증가로 전환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전 금융권 기준으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은 9조 3000억 원 늘어 전월(3조 5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 가운데 기타대출은 5조 3000억 원 증가했고, 신용대출만 3조 4000억 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기타대출 증가 배경으로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5월에는 통상 가정의 달 자금 수요로 기타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증가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개인들의 주식 투자 관련 자금 수요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은 86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전월 99조 6000억 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대규모 자금 유입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주식형펀드는 58조 8000억 원 늘었다. 전월 55조 7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국내외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신규 투자자금 7조 6000억 원이 유입된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5월 들어 외국인이 차익 실현 자금과 리밸런싱 관련 대규모 순매도를 보였는데 그 물량을 개인들이 흡수하면서 시중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이른바 머니무브 흐름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상당 부분은 신용융자나 금융권 기타대출을 통해 이뤄진 레버리지 투자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주요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2026.6.11 ⓒ 뉴스1 구윤성 기자
금리 오르고 증시 흔들리면 직격탄…금융안정 리스크도

문제는 빚투가 확대되는 시점에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리가 오를 경우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급증한 기타대출 상당 부분이 주식 투자 관련 자금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차입 비용 상승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증시 조정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 상승기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손실 폭 역시 확대될 수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는 담보 부족분을 메우도록 요구하게 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자 의사와 관계없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매매 물량은 추가 하락을 유발하고 다시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을 받아 투자한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등으로 투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 있고 금융 안정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부실이 늘어나면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정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는 금리 부담이 있는 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손실을 견디기 어렵다"며 "신용융자를 활용한 투자 역시 반대매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