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훈풍·당국 총력전에 환율 멈칫…"종전 서명 해야 1500원 깨진다"

종전 기대감에 외인 25거래일 만에 순매수…환율 9.1원 하락
전문가 "종전 신호만으론 제한적…실제 종전 확인이 관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2026.6.12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외환당국이 1500원대에 고착한 달러·원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능한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구두개입과 미세조정, 국민연금 선물환 매도에 이어 중동전쟁 종전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환율 상승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24거래일 연속 이어졌던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도 25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부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점도 외국인 수급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그간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에 따른 달러 매입 수요가 겹치며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종전 신호만으로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화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스크 벤치마크 통화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실제 종전 여부와 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 여부가 환율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종전 기대감에 외인 25거래일 만에 순매수…환율 9.1원 하락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 대비 9.1원 내린 151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전쟁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되고, 그간 핵심 상승 요인으로 꼽혀온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가 순매수로 전환된 영향이다.

그간 환율은 이달 들어 1500원대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당국의 잇단 시장안정화 조치에도, 글로벌 달러 강세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 등이 겹치며 환율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동전쟁 종전 가능성이 커지자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일부 회복됐다.

지난 12일 외국인은 24거래일간 이어진 코스피 순매도 행렬을 끊고 25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산 코스피 규모는 2조 1063억 원이다. 기관도 2조 4013억 원을 사들이며 강세를 견인했다. 반면 개인은 4조3367억 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스페이스X IPO 관련 부담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점도 외국인 수급 안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해외 IPO 참여 과정에서 발생했던 달러 수요와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이 일부 완화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허장 재정경제부 차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환시장 관련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6.11 ⓒ 뉴스1
구두개입·미세조정·국민연금까지…당국, 안정화 카드 총동원

외환당국은 이달 들어 환율 안정을 위한 대응 수위를 잇달아 높여 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발언과 재정경제부·한국은행 공동 메시지 등을 통해 수차례 구두개입에 나섰고, 시장에서는 비공개 미세조정도 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조정은 환율 급등락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비공개로 달러를 사고파는 조치다. 환율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을 완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국민연금도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해외투자 운용 방식을 조정한 '뉴프레임워크'를 마련한 뒤 지난 8일 처음으로 선물환 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환 매도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과정에서 보유한 달러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래에 달러를 팔기로 하는 거래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가 실제 달러 공급 기대를 키워 환율 상승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주는 외화지준부리 조치도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했다.

외화지준부리는 은행이 한은에 맡긴 외화 지급준비금 중 의무 보유분을 넘는 초과분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다. 은행이 외화를 국내에 더 보유하도록 유도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도 지목하고 있다.

NDF는 원화를 실제 주고받지 않고 만기 때 약정 환율과 실제 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역외 파생거래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원화 환율 방향에 베팅하는 통로로 활용된다.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가 NDF 시장에서 커질 경우 국내 외환시장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이에 외환당국은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키웠다고 보고 관련 거래 점검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외환시장 수급 개선을 위해 수출기업을 통한 달러 공급 확대에도 나섰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과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같은 날 주요 수출기업들과 외환시장 관련 간담회를 열고 수출대금 환전과 해외유보자금 국내 유입 등을 통해 외환시장 수급 개선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번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환전하면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하지만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해 달러 매도를 늦추거나 해외에 자금을 쌓아둘 경우 경상수지 흑자에도 실제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정부가 수출기업에 달러 공급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수출대금 환전 지연이 완화되면 수입업체와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매입 수요와 맞물린 수급 부담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 "시장안정 조치 효과 있어…1500원 하회 지속은 제한적"

시장에서도 외환당국의 안정화 조치와 중동전쟁 종전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환율 안정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원화가 글로벌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인 만큼 실제 양해각서 서명과 외국인 순매수세 지속 여부가 향후 환율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시장 안정화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합의가 되면 시장은 환호하겠지만, 환율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이 추진 중인 휴전과 제재 완화 등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실제 MOU 합의 도출과 서명 소식까지 나오면 시장의 단기적인 반응은 1500원 아래까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계속 하락하거나 1500원 아래에 머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전환과 관련해서는 "하루 순매수했다고 매수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에는 성급하다"며 "외국인 순매도는 환율 상승의 배경 중 하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중동전쟁 이슈가 에너지 안보에 취약한 원화의 하단을 건드린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