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AI가 키운 '복합 양극화'…"청년층, 자산사다리서 밀려나"

한은, BOK 이슈노트 발표…순자산 지니계수 0.625까지 치솟아
고령화로 인한 '노노상속·자산 잠김 현상' 사회적 비용도 커져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 경제가 자산 불평등 심화와 소득 불평등 재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 양극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동산이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자산 격차가 구조화되고, 인공지능(AI) 확산 등 산업구조 변화로 소득 격차까지 벌어지며 청년층의 경제적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순자산 지니계수 0.625까지 치솟아…청년층 자산 사다리서 멀어져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복합 양극화 상황에 직면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자산 격차 확대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계 자산이 늘어났지만 그 혜택은 주택을 보유한 고연령층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세대 간 자산 격차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실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17에서 2017년 0.584까지 하락하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빠르게 상승해 2025년에는 0.625를 기록했다. 자산 불평등 수준이 과거보다 더 악화된 셈이다. 한은은 "소득격차가 산업간 K자형 성장으로 재차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은 향후 소득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의 AI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자신의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반면, AI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복합 양극화로 무주택·청년층의 경제 내 위상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1분위인 가구 가운데 청년층(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에는 근로소득을 축적해 주택을 구입하는 방식의 자산 형성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집값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를 크게 앞지르면서 청년층 내에선 소득 축적만으로는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올라서기 어려운 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령대별 보유자산 중 부동산 비중, 고령층 상속 비중.(한국은행 제공)
'노노상속·자산잠김'…커지는 사회·경제적 비용

복합 양극화는 분배 문제를 넘어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0개국의 1980~2023년 자료를 활용한 국가패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의 보유 비중이 1%p(포인트) 상승할 경우, 총요소생산성은 0.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상위 10% 순자산 점유율이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높아지며 자산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고령화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사망자도 상속인도 노인인 '노노(老老) 상속' 현상과 고령층에 자산이 묶여 시장에서 순환하지 않는 '자산 잠김(wealth lock-in)'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거비와 주택 구입 부담 증가는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청년층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 반면 고소득·고자산층은 추가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소비 확대효과(MPC)가 적어 실제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경제적 비용에 더해 양극화 심화는 노력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을 제약함으로써 근로의욕과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을 구조적으로 증가시킨다"라고 했다.

한은은 복합 양극화 완화를 위해 기존의 소득 재분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적 자산 형성 기회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AI 등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 구조 변화에 맞춰 근로소득을 통한 자산 형성 경로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