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에 신용대출 3.7조 급증…은행 가계대출 1년 9개월 만에 최대

코스피 급등에 주식시장 돈 쏠림…자산운용사 수신도 86.4조 급증
주담대도 수도권 거래 늘며 3.2조↑…한은 "주가 조정 변동성 유의"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6조 9000억 원 늘며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코스피 급등으로 개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조 7000억 원 급증해 2021년 4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도 수도권 중저가 주택거래와 기분양 물량 중도금 납부 수요가 겹치며 3조 2000억 원 늘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86조 4000억 원 증가해 두 달 연속 대규모 유입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 8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전월 2조 1000억 원에서 4조 8000억 원 확대됐다. 2024년 8월 9조 2000억 원 증가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코스피 급등에 '빚투' 확산…기타대출 2021년 이후 최대치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2조 7000억 원에서 지난달 3조 2000억 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전세자금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수도권 중저가 중심의 주택거래량 증가와 기분양 물량 중도금 납부 수요 확대가 주담대 증가로 이어졌다.

전세자금대출은 3월 4000억 원, 4월 6000억 원, 5월 6000억 원 각각 감소했다.

기타대출은 4월 6000억 원 감소에서 5월 3조 7000억 원 증가로 전환했다. 개인의 대규모 주식투자와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자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늘었다.

박민철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타대출만 보면 2021년 4월 11조 8000억 원 증가한 이후 최대치"라며 "2021년 4월에는 대규모 대기업 기업공개(IPO) 관련 자금 수요가 있어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에 5월 가정의 달 자금 수요로 조금 늘었던 면이 있는데 그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늘었다"며 "개인의 주식 투자 관련 자금 수요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가계대출 흐름은 주택시장과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 차장은 "주택 관련 대출은 수도권 주택시장과 굉장히 연계돼 있을 텐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조치 이후 주택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대책과 관련한 흐름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타대출에 대해서는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서 신용대출이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여 향후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으로 돈 몰리는 '머니무브'…한은 "변동성 유의해야"

코스피 지수 급등에 자산운용사 수신도 큰 폭 증가했다. 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은 86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전월 99조 6000억 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대규모 자금 유입 흐름을 보였다.

주식형펀드는 58조 8000억 원 늘었다. 전월 55조 7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더 커지며 전체 자산운용사 수신 확대를 이끌었다. 한은은 "5월 중 국내외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다, 신규 투자자금 유입 7조 6000억 원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기타펀드도 파생형펀드를 중심으로 21조 원 늘었다. 파생형펀드는 4월 10조 2000억 원 증가에서 5월 14조 7000억 원 증가로 확대됐다. MMF는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1조 8000억 원 소폭 증가했다.

은행 수신도 48조 8000억 원 증가 전환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가계자금 유출에도 일부 대기업의 단기 여유자금 예치 등으로 32조 8000억 원 늘었다. 정기예금은 대출재원 마련과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은행들의 법인자금 유치 등으로 15조 8000억 원 증가했다.

기업대출도 전월에 이어 상당 폭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10조 6000억 원 늘어 전월 10조 7000억 원과 비슷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들의 생산적 금융 등을 위한 기업여신 확대 기조가 지속되면서 5조 4000억 원 증가했다. 대기업대출은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한 운전자금 수요로 5조 2000억 원 늘었다.

회사채는 금리 상승에 따른 발행 부담 등으로 순상환 흐름을 이어갔다. 순상환 규모는 전월 3조 9000억 원에서 지난달 1조 1000억 원으로 줄었다. CP·단기사채는 은행 대출을 통한 상환 등으로 2조 1000억 원 순상환 전환했고, 주식 발행은 일부 대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1조 4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박 차장은 최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5월 들어 외국인이 차익 실현 자금과 리밸런싱 관련 대규모 순매도를 보였는데, 그 물량을 개인들이 흡수하면서 흔히 말하는 머니무브, 시중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상당 부분은 신용융자나 금융권 기타대출을 통해 흔히 말하는 빚투,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충격으로 주가가 조정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