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20% 폭등의 역설…우리나라 해외 순자산 1321억 달러 급감
반도체 호황·코스피 급등에 외국인 보유 국내주식 평가액 급증
단기외채 비율 상승에도 한은 "외국인 증시 대기자금 영향…건전성 양호"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지난 1분기 국내 증시가 20% 가까이 폭등하면서 우리나라 해외 순자산이 되레 큰 폭 감소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코스피 급등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급증하면서 대외금융부채가 대외금융자산보다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7536억 달러로 전 분기 말(8857억 달러) 대비 1321억 달러 감소했다. 감소 폭은 관련 통계 편제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대외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비거주자의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으로, 한 나라의 대외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한국은 2014년 이후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 말 대외금융자산은 2조 8826억 달러로 전 분기 말보다 150억 달러 증가했다.
해외직접투자 확대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거주자의 직접투자는 154억 달러 증가한 851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분투자가 119억 달러 늘며 증가 폭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글로벌 증시 조정 영향 등으로 해외 증권투자는 151억 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과 유사한 개념인 준비자산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와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영향 등으로 44억 달러 감소한 4237억 달러를 기록했다.
문상윤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준비자산 감소 배경에 대해 "2026년 1분기 중에 미 달러화가 글로벌리(세계적으로) 강세였다"며 "기타 통화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들면서 준비자산이 감소한 게 있고,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에는 대외금융부채가 대외금융자산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를 끌어내렸다.
1분기 말 대외금융부채는 2조 1290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471억 달러 급증했다. 증가 폭 기준 역대 4위 규모다.
비거주자의 증권투자가 1083억 달러 증가한 영향이 컸다. 특히 지분증권 부채가 1221억 달러 급증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말 4214.2에서 올해 1분기 말 5052.5로 19.9%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크게 불어난 결과다.
문 팀장은 "외국인 국내 주식 매도에도 주가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증가한 지분 증권을 중심으로 역대 4위 증가 폭인 1471억 달러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해외투자로 이어지며 순대외금융자산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도체 호황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에 따른 국내 증시 급등이 외국인 보유 국내주식 평가액을 키우면서 오히려 대외금융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 팀장은 "국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저평가됐던 측면도 있고, 기업 실적이 받쳐줬던 상황이었기에 긍정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대외 건전성 지표인 순대외채권은 3655억 달러로 전 분기 말(3731억 달러) 대비 76억 달러 감소했다.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순대외채권은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값으로, 주식·펀드·파생상품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을 제외한 확정 금융자산·부채 기준 통계다.
1분기 말 대외채권은 1조 1399억 달러로 33억 달러 감소했다. 준비자산이 44억 달러 줄었고, 예금취급기관의 현금 및 예금이 155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대외채무는 7744억 달러로 42억 달러 증가했다. 단기외채가 42억 달러 늘었고 장기외채는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타부문의 현금 및 예금이 53억 달러 증가한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의 외채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3.3%로 전 분기 말(41.9%)보다 1.4%p 상승했고, 총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3.7%로 0.4%p 올랐다. 단기외채 증가와 준비자산 감소 영향이다.
통상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과 단기외채 비중 상승은 외화 유동성 부담 확대 요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은은 이번 단기외채 증가가 외국인 국내 주식 투자 관련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한 만큼 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문 팀장은 "단기 외채 증가가 주로 차입이 아닌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관련 대기 경과성 확정 채무 증가에 기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외 지급 능력과 외채 건전성은 모두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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