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저승사자' 조사국 부활…공정위, 40명 규모 '중점조사기획단' 신설
기획단, 쿠팡·네이버 등 플랫폼·대기업 겨냥…'스벅 잔액 60% 환불 약관' 검토
허위자료 제출 총수에 최대 200억 과징금…주병기, 김범석 고발 언급도
- 이철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형 플랫폼·대기업 사건을 전담하는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공식화했다. 과거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 기능이 사실상 부활하는 것으로, 쿠팡·네이버·배달앱 등 플랫폼 기업과 민생 밀접 분야에 대한 공정위 조사·제재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 상품권 환불 기준(60% 사용)과 관련해 해당 약관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들의 담합 사건에 대해선 처분 시효를 연장하고, 총수의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과징금 제도 신설도 추진한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 237명 규모의 인력·조직 확충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본부에 84명을 증원하고, 지방사무소에 70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관계부처와 최종 협의를 거친 후, 조직·인력 확충 방안을 담은 직제 개정 절차는 6월 내 마무리될 것"이라며 "다만 증원안은 증원 인력이 근무할 사무공간 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되는 올해 4분기부터 실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공정위는 플랫폼, 민생밀접 독과점 부문, 대기업 집단 등 중대 법 위반 행위와 대규모·복합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하반기 '국' 단위의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한다.
기획단의 규모는 40명으로, 기존 중점조사팀(7명)에서 33명이 증원된다. 과는 3개(중점조사 1·2·3담당관)를 두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난도가 높은 중대 사건을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지속 감시해 신속히 적발 시정함으로써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특수조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민생 관련 담합과 같이 전국 단위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일괄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함으로써 중대 사건 처리의 속도와 효과를 제고하는 일종의 기동대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 위원장은 쿠팡 등 플랫폼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최근 다양한 쿠팡 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쿠팡뿐 아니라 네이버, 배민 등 플랫폼과 관련해 다양한 법 위반이 결합한 복합적이고 중대한 불공정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복합적인 사건을 복합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조직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2005년 폐지된 조사국이 사실상 부활하게 됐다. 조사국은 과거 주요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관한 조사를 등 주요 사건을 맡으면서 '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바 있다.
기획단 신설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조사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주 위원장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기준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지향점 외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난도가 높은 중대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또 플랫폼 등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현 경제분석과를 경제분석국으로 확대·신설하고 인원도 22명에서 37명으로 15명 늘린다.
경제분석국은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지휘하에 박사급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 3개 과(산업경제분석과, 계량경제분석과, 시장분석팀)가 배치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조사 기법과 법리 교육을 제공하는 과 단위의 조사교육 전담 부서를 11명 규모로 신설할 예정이다.
이날 주 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건에 대해 과징금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지정자료 허위 제출의 경우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에 대한 형벌 규정만 있다.
주 위원장은 "현행 형벌은 1억 5000만 원 이하 벌금, 2년 이하 징역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형사적 제재의 성격상 부과 요건이 엄격해 법 위반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동일인에게 정액과징금 200억 원, 100억 원, 50억 원(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공정위 처분에 대해 효력을 정지한 결정과 관련해 주 위언장은 "집행정지 절차는 법원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쿠팡이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서약서에 썼는데, 그와 위반되는 사실이 발견돼 동일인 지정을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허위사실이 입증됐을 때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고발 등 형사 제재밖에 없다"며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주 위원장은 담합 사건의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는 "담합은 기본 시효 7년과 추가 시효 5년으로 최대 12년의 시효가 적용되고 있는데, 기본 시효를 10년으로 늘려 최대 15년의 시효가 적용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자 한다"며 "처분 시효 때문에 우리가 과거의 담합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주요 담합 사건의 경우 가급적 3분기 중 심의를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최근 최혜대우 요구 사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신속한 심의를 강조했다.
그는 "전분당, 국고채 등 주요 담합 사건의 경우 가급적 3분기 중에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겠다"며 "배달앱 사건의 경우 먼저 피심인들이 신청한 동의의결 개시 여부를 신속히 심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 위원장은 최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맞물려 카드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나머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현행 약관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해당 약관을 살펴서 문제 되는 부분이 확인된다면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60%(기준)를 너무 낮추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너무 낮추면 현금성(카드깡)으로 활용하는 빈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을 희화화, 비윤리적으로 대하면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경찰 등이) 수사를 통해 밝히고, 만약 기만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소비자 피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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