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지역 인구 4.7% 증가…'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전국 확대 추진

농특위, '농어촌 기본소득 본사업 추진방향' 연구용역 착수
오는 2028년 전국 확대 목표…재정 규모·국비 지원 확대

지난 4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 중 한 곳인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한 협동조합 운영 판매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 시범 시행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밑그림 작업에 착수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어촌에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에서 인구 증가와 소비 확대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오는 2028년 본사업 전환을 목표로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수조 원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대형 사업인 만큼 재원 조달 방안과 효과 검증을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본사업 밑그림 착수…2028년 전국 확대 목표

26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최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본사업 추진 방향'을 주제로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전국 확대 시 필요한 재정 규모와 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제도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지역 내 소비를 늘리고 공동체를 활성화해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농업인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점에서 기존 농업 직불제와는 차이가 있다.

정책의 배경에는 심각한 농어촌 인구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상당수 농촌 지역은 학교와 병원, 상점 등 생활 기반시설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 안정성을 높이고 외부 인구 유입을 유도해 지역에 최소한의 경제·사회적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사업은 올해 본예산 2340억 원이 편성돼 전국 10개 군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전쟁 대응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06억 원을 추가 확보하면서 5개 군을 추가 선정,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당정은 내년까지 약 2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한 뒤 성과를 종합 평가해 오는 2028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방선거 농정 공약으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한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를 제시하며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사업 확대 범위에 따른 재정 소요도 집중 검토된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전국 82개 군 △도농복합시를 포함한 전국 농어촌 지역 등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필요한 예산 규모를 산출할 계획이다.

또 현재 국비 40%, 지방비 60%(시·도비 30%, 군비 30%)인 재원 분담 구조를 손질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국비 비중을 50~7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할 전망이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최형욱 기자
인구·소비·창업 증가 효과…"농촌에 물주는 정책"

정부가 전국 확대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범사업 지역에서 일정 수준의 정책 효과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10개 군의 인구는 사업 시행 이후 4.7% 증가했다. 지역 가맹점 수도 1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의 소비가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면서 창업과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성과 발표 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같은 사업 성과를 보고했다.

송 장관은 "사업 시행 초기임에도 인구 증가와 지역 내 소비 확대, 창업 증가, 공동체 회복 등의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며 "시범사업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본사업 추진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이념적으로 싫어하고 폄훼하는 쪽은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면 단위, 마을 단위로 사람들이 다시 복구할 수 있게 물을 주는 효과"라며 긍정적인 사업 취지 및 효과를 강조했다.

지역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번 추가 시범사업 대상지 공모에 전국 44개 군이 신청해 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논란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효과 검증 없이 사업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국 확대 시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수 있어 '포퓰리즘 정책'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의 성패는 향후 2년간 진행될 시범사업 평가와 재원 마련 방안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전국 확대 논의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 정책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농어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활성화 정책"이라며 "현재 시범사업 지역에서 인구 유입과 소비 증가, 공동체 회복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객관적인 성과 분석을 토대로 본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