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2.5% 규모' 67조 반도체 성과급…물가·집값 자극, 설비투자 위축 경고
삼성·SK 성과급 재원 67조…소비·부동산 자극, 투자 재원 잠식 우려
"단기 보상에 미래 투자 저해"…사내·업종 간 소득 양극화 심화 우려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 규모가 67조 원을 웃돌면서 소비·부동산·물가·설비투자 등 한국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사 성과급 재원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5% 수준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가 임금·자산시장·산업 양극화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351조 6933억 원이다. 이번 노사 합의에 따라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약 1.5%를 합산하면 성과급 재원은 계산상 약 42조 원 규모다.
삼성전자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국세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1억 원인 직원(8세 이상 자녀 1명, 3인 가족 기준)이 성과급 6억 원을 받을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약 2억 4719만 원으로, 세후 실수령액은 약 4억 5000만 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255조 1055억 원으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기존 합의를 적용하면 약 25조 5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양사 합산으로 67조 7000억 원 규모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 2663조 3426억 원의 약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막대한 규모의 성과급은 거시경제 전반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1분기 코스피 시장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급이 소비와 부동산 시장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위치한 판교·동탄, SK하이닉스가 있는 이천 등 사업장 인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가구·가전·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반도체벨트 배후 주거지역인 경기 용인 수지가 0.38%, 수원 영통이 0.35%, 화성 동탄이 0.46%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성과급 기대감과 반도체 산업 경기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강세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도 성과급 확산이 다른 산업의 임금 협상 기준점을 높이고, 이것이 서비스 물가를 자극하는 간접 경로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F4 회의(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성과급 지급에 따른 물가 영향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소비자물가를 당장 직접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금이 아닌 자사주를 지급할 예정이며, 당장 매각이 가능한 물량도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파장은 설비투자 재원 감소 가능성이다. 막대한 성과급 지급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영업이익에서 세금을 내고 난 뒤 투하자본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 돈이 성과급으로 빠지면 설비투자나 미래 투자로 나갈 재원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벌어들인 수익이 미래 경쟁력 강화 대신 현재 보상으로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종과 비반도체 업종의 소득 양극화 심화도 구조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성과급 격차로 인한 노노(勞勞)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이번 합의로 DS(반도체)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받는 성과급은 최대 6억 원 수준인 반면, DX(모바일·가전)부문 직원에게는 자사주 600만 원어치만 지급된다. 같은 회사에 다니더라도 성과급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최병천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불평등의 핵심은 생산성 격차"라며 "AI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격차는 임금 체계를 건드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위를 못 벌게 하는 것보다는 아래를 끌어올리는 것이 해법"이라며 "반도체 초과 세수를 일자리 교육, 전략산업 육성, 산업 경쟁력 강화 등에 재투자하는 방향이 한국적 불평등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같은 대기업 안에서도 AI 붐 수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차이가 벌어지며 기업 간 양극화가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기업 근로자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보상을 요구하겠지만 대부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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