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N% 성과급' 확산 예고…한국 경제 '초고비용 구조' 뇌관 우려

'N% 성과급' 불씨, 산업계 확산 조짐…"초고비용 구조 전환 불가피"
"협상 해냈지만 불씨 남아…지속가능한 성과 배분 공식 만들어가야"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김승준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 타결로 총파업 위기를 피했지만, 이번 임금·성과급 합의가 산업계 전반의 'N% 성과급' 확산과 초고비용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과급 제도화가 통상임금 확대와 인건비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영업성과 연동형 특별성과급 제도 도입에 합의하면서, 카카오·LG유플러스·HD현대중공업 등 다른 산업 노조의 유사 요구도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여에 맞는 보상 강화라는 긍정적 의미는 있지만, 성과급의 고정·제도화가 투자 위축과 고용 둔화 등 한국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20일 오후 10시 44분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약 및 성과급 잠정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의 핵심은 기존 성과인센티브(OPI)와 별도로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다. 특별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했으며 지급률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배분률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정했다. 제도는 향후 10년간 적용되며 2026~2028년 DS부문 연간 영업이익 200조 원, 2029~2035년에는 100조 원 달성이 지급 조건이다. 특별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되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고 나머지는 각 1년,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이번 합의는 SK하이닉스가 유사한 성과급 구조를 먼저 도입한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제도화에 합의한 것으로, 반도체 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과급 제도화, 노사 관계 새 국면…"노동비용 급증 불씨 남아"

이번 합의는 한국 노사 관계의 고질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무노조 경영 하에서 유지했던 일방적인 성과 배분 방식 문제가 이번 교섭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며 "더 이상 사측의 일방적인 방식이 먹히지 않는 노사 관계에 삼성전자가 들어섰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급을 근로계약에 고정화하는 방식이 선례가 될 경우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될 경우 퇴직금 부담이 폭등해 초고비용 노동사회가 되고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급여처럼 고정·제도화하자는 주장은 시장경제의 급여 원칙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급은 그 의미 자체가 성과가 났을 때 주는 것인데 이를 근로계약서에 고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센티브는 통상임금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맞는데, 인센티브를 제도화할 경우 통상임금 문제로 연결돼 기업의 노동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김원혁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이윤수 서강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 사업체에서 생산성보다 임금이 빠르게 오를수록, 즉 단위노동비용이 증가할수록 고용증가율이 둔화됐다. 단위노동비용이 1% 늘면 고용증가율이 0.045%포인트(p) 감소하고, 이같은 비용 증가가 고용둔화의 약 10.2%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임금비용이 오르면 정규직(상용직) 채용은 줄고 임시·일용직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반도체 등 ICT 제조업에서 이 효과가 비ICT 제조업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산업계 전반 확산 땐 투자 여력·고용 동시 위축 우려도

이 같은 성과급 논쟁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과 고용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이례적 호황이 촉발한 성과급 갈등이 한국 경제의 노동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LG유플러스·카카오·HD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 노조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김상봉 교수는 "삼성전자가 산업에서 갖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기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기업의 투자 여력 약화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홍 교수도 "노동비용 상승은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자동화·무인화로 눈을 돌리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유인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갈등은 그동안 기여에 맞는 보상과 실패에 대한 책임 모두 불분명했던 한국 기업 문화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해 균형점을 찾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비용 구조만 급격히 바뀔 경우 한국 경제 전반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기여에 맞는 보상 체계와 함께 불황기 손실에 대한 노사 공동 책임이라는 원칙이 정착되지 않은 채 성과급 제도화만 확산될 경우, 한국 기업과 경제 전반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병훈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만들어진 모델이 다른 산업 분야 노사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교섭이 끝났어도 노사가 지속 가능한 성과 배분 공식을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노사 간 불신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신뢰 구축 노력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