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잭팟'에 성장률 3% 넘보나…KDI 2.5%에 정부·한은도 상향 초읽기

보수적이던 KDI, 정부 전망치보다 0.5%p 높여 제시…IB 일부는 3%대도
삼성전자 파업 현실화되면 '악재'…구윤철 "호황기 기회 놓쳐선 안 돼"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대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반도체 호황을 반영한 주요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 상향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정부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해온 KDI가 정부의 현 전망치(2.0%)를 0.5%포인트(p) 웃도는 수치를 내놓으면서, 정부도 6월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을 올려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은 역시 상당폭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KDI는 전날(13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지난해 말 1.8%, 올해 2월 수정 전망 1.9%에서 단계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다 이번에 큰 폭 상향이 이뤄진 것이다.

성장 동력은 반도체 수출이다. KDI는 올해 총수출 증가율을 4.6%로 제시했는데, 이는 2월 전망(2.1%)보다 2.5%p 높인 수치로 반도체 경기 호조 영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거래액 증가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경기가 AI 붐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성장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 영향이 더 컸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동전쟁이 없었다면 성장률 전망을 2.5%보다 더 높게 제시했을 것"이라며 "전쟁 영향으로 약 0.5%p 정도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KDI는 통상 정부 전망치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치를 제시해온 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상반기(2025년) 전망에서는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을 반영해 당시 정부 전망보다 낮은 0.8%를 제시했고, 지난해 하반기 전망에서도 올해 성장률을 1.8%로 내놓아 정부 목표치(2.0%)를 밑돌았다.

올해 2월 수정 전망에서도 정부 목표치보다 0.1%p 낮은 1.9%를 제시했다. KDI가 정부 현 전망치(2.0%)를 0.5%p나 웃도는 2.5%를 내놓은 것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은 흐름은 경상수지에서도 두드러진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간 흑자(1230억 5000만 달러·사상 최대)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 실장은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라가면서 경상수지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2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 불안도 커졌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월(2.1%)보다 0.6%p 높인 2.7%로 제시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한은 상향 '임박'…IB는 3%대도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2.0%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를 상회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는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반도체 특수가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2%대 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기류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상향 조정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오는 28일 금통위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한은 전망치(2.0%)가 KDI(2.5%)와 주요 IB 평균 전망치(2.4%)를 크게 밑돌고 있는 만큼, 이번 수정 전망에서 상당 폭 상향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 등 주요 IB 8곳의 4월 말 기준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4%로 한 달 새 0.3%p 뛰었다. JP모건(3.0%)과 씨티(2.9%) 등 일부 IB는 이미 3%에 육박하는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로 상대적으로 낮은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6.5.13 ⓒ 뉴스1 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파업이 '변수'…중동 전쟁도 여전한 복병

다만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성장률 상향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상향 기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KDI 역시 이번 전망에서 반도체 공급 사이클 전환과 생산 차질을 주요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정 실장은 "반도체 공급이 빨리 확충되면 수출이 더 늘 수 있지만, 반도체에도 상·하방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파업 움직임과 관련해 "지금 반도체 칩을 못 구해서 전 세계가 한국에 오는 중요한 시기"라며 "노사 간 불협화음으로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중동 전쟁 장기화 역시 성장률 상향 흐름을 꺾을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정 실장은 "중동전쟁이 하반기에 어느 정도 완화된다고 가정했는데, 만약 높은 유가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