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론' 지우고 '인상 횟수' 논의…5월 금통위 점도표에 촉각
국고채 금리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올해 최소 1~2회 인상" 전망 확산
반도체 호조·고물가에 한은 '인상 피벗' 시사…28일 점도표가 분수령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압력과 반도체 수출 호조가 맞물리면서 금융시장의 화두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동결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하던 시장의 관심은 이제 연내 금리 인상 횟수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전날(13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6bp(1bp=0.01%포인트) 급등한 3.674%로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재고조되고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뛰었다. 이는 2023년 11월 24일(3.677%·종가 기준)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도 10.6bp 급등한 4.056%로 마감하며 4%대를 돌파했다. 2023년 11월 6일(4.056%·종가 기준)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3% 아래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빠르게 고점을 높이고 있다. 현 기준금리(2.50%) 대비 110bp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시장이 올해 최소 1회 이상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와 중동 전쟁발 물가 압력이 겹친 가운데, 한국은행마저 정책 전환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시각은 '동결 장기화'에서 '연내 인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4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인상 사이클로의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신임 총재 취임 직후 집행부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논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은 성장률 상향,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고물가 구조, 그리고 고개를 드는 기대인플레이션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장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컨센서스는 2.5% 내외로 올라섰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본래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이벤트"라며 "그런데 현재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의 여파로 기계적으로 높아지는 동시에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성장률 전망까지 상향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압력도 가시화됐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의 절반 이상은 석유류 급등이 견인하고 있지만, 개인서비스와 집세 등 수요 측 물가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은 4월 기준 2.9%로 2024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의 2차 파급 효과를 확신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서도 올해 한은의 방향 전환은 중론이 됐으나, 인상 횟수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1회 인상론의 핵심 근거는 과잉 긴축 우려다. 수출과 내수 간 성장 양극화가 여전한 데다 GDP 갭(실제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격차)이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고 있고, 내년에는 유가 역기저 효과로 물가 압력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강 연구원은 "3분기 한 차례 보험용 금리 인상 단행 뒤 연말까지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2회 인상론에서는 한은이 인상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분석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실해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폭 확대, 준수한 성장 모멘텀에 더해 매우 양호한 금융환경과 세수 호조 등을 종합해보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여야 하는 그 어떠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각도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제 인상 시점을 4분기(11월)로 제시하며 "수출과 달리 내수는 회복의 초입에 불과해 회복 모멘텀을 꺾을 수 있는 긴축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분기점은 오는 28일 열리는 5월 금통위다. 2월 금통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던 점도표에서는 21표 중 동결 17표, 인하 4표, 인상 1표로 완화적 분포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점도표에서 인상 전망 표결이 절반을 넘어설 경우 7월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8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이후로 인상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정책 전환 시그널이 공식화된 만큼 3분기 인상은 기정사실에 가깝다"며 "최종 기준금리가 2.75%에 그칠 가능성은 작아졌고, 내년 상반기 3.25%까지 오를 리스크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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