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1년만에 美주식 2.4조원 '순매도'…'WGBI·RIA' 훈풍에 국내 유턴

미 재무부 통계 분석 결과…2월 16.5억 달러 순매도, 1년 만에 첫 전환
전문가들 "WGBI·RIA 등 효과 본격화…중동 리스크 등 대외 변수 관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거래층에서 한 트레이더가 머리를 감싸쥔 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거래가 12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호황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 등으로 자금의 국내 환류 여건이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6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도액은 2조 4000억 원에 육박하며 지난해 2월 이후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월(약 17조 원 순매수) 대비로는 약 20조 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WGBI 편입으로 인한 해외 자금 유입, RIA 도입 등 국내시장으로의 환류 요인이 확대되면서 해외 투자 흐름이 한풀 꺾였다고 평가했다.

美 주식 순매도 16억 5300만 달러…12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

미 재무부 국제자본흐름(TIC) 통계 시스템 분석 결과, 지난 2월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도액은 16억 5300만 달러로, 2월 월평균 환율 1451.56원으로 환산하면 2조 3995억 원에 달한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2개월 만이다. 당시 한국 투자자는 미국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24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2월의 경우 반짝 순매도 전환 이후 다음 달인 3월에 45억 2000만 달러 순매수로 다시 돌아섰다. 이번 순매도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국내 자금의 추세적 환류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미국 주식 주요 거래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103억 달러), 일본(-6억 7700만 달러)은 순매도세를 보였다. 반면 싱가포르(55억 1200만 달러), 스위스(4억 6400만 달러), 프랑스(23억 6800만 달러), 독일(151억 7100만 달러), 대만(17억 7400만 달러) 등은 순매수를 보였다. 특히 캐나다는 380억 6300만 달러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가 숨고르기 흐름을 보이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2026.4.24 ⓒ 뉴스1 조연우 인턴기자
월간 순매도 8차례 불과…대부분 단발성

미 재무부가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3년 1월 이후로 한국 투자자가 월간 기준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총 8차례에 불과하다.

이번에 집계된 16억 5300만 달러는 2023년 10월 32억 6200만 달러, 지난해 2월 24억 4000만 달러, 2024년 11월 20억 달러에 이어 역대 네 번째 규모다.

그동안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도는 대부분 단발성에 그쳤다. 두 달 이상 순매도가 이어진 경우는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사례가 유일하다.

다만 이번 순매도는 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과 RIA 도입 등으로 국내 자금 환류 여건이 강화된 영향으로, 미국 주식 순매도가 추세적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 "자본 흐름은 원화에 우호적…중동 상황 여전히 변수"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국내 증시 강세와 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정부의 자금 환류 정책 등에 힘입어 자본 흐름이 원화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향후 흐름의 지속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자본 흐름이 한국에 긍정적으로 바뀐 상황"이라며 "RIA 도입 이후 국내 자본의 미국 주식 쏠림이 완화되면서 자금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WGBI 편입에 따른 자금도 4월부터 11월까지 일정 규모로 유입될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도 최근 순매수로 전환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의 화물선. 2026.04.15. ⓒ 로이터=뉴스1

다만 지난 2월 말 촉발된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제 자본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자본 유입이 일부 제약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야기된 국제 금융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며 한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일부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미국으로의 자본 이동이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유출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정세 불안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훼손하며 지난달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호조와 반도체 업황 개선 속에 외국인 자금 유입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서학개미 복귀계좌(RIA), WGBI 편입과 MSCI 편입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 등의 영향이 하반기로 갈수록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환전을 다소 주저하는 경향이 있고, 달러 유동성 여건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대한 불안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