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K-푸드 중동 수출은 반토막·농촌은 '비닐 대란'
중동 수출 40% 급감…K-푸드 성장세 '급제동'
나프타 대란 비닐값 폭등…영농철 농가 부담 가중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의 여파가 국내 농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수출 현장에서는 중동행 K-푸드 물량이 급감하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고, 생산 현장에서는 농업용 비닐 가격 급등으로 영농 부담이 커지는 등 '수출과 내수' 양쪽에서 충격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대외 리스크가 농업 생태계 전반을 압박하는 복합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측면에서는 그간 고성장을 이어온 K-푸드가 중동 변수에 직격탄을 맞았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수출액은 지난 2월 830만 달러에서 3월 492만 달러로 한 달 새 40% 넘게 급감했다. 특히 중동 수출의 핵심 품목인 라면은 같은 기간 400만 달러에서 286만 달러로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현지 항만 적체와 선박 운항 차질, 소비 심리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단순한 물량 감소를 넘어 비용 구조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중동 항로에 전쟁 위험 할증료(WRS)와 보험료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급증했고, 일부 노선에서는 우회 운항까지 겹치며 운송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분쟁 이전 대비 50% 이상 상승하며 수출 단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다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인사는 "중동은 전체 비중은 크지 않지만 한류 확산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던 전략 시장"이라며 "지금의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선점 효과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중동 물량을 동남아나 유럽으로 돌리는 등 임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전쟁 장기화는 정부가 내세운 'K-푸드 플러스 16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원자재 수급 불안이 농가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폴리에틸렌(PE)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농업용 비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가격은 이달 초 배럴당 137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두 달여 만에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폴리에틸렌 가격은 2월 ㎏당 1390원에서 4월 2290원으로 60% 이상 상승했고, 멀칭비닐과 하우스비닐 가격도 각각 20% 안팎 올랐다.
수급 차질에 따른 가격 인상에 일부 업체는 가동률을 낮추거나 생산을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이로 인해 시중 재고도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통상 수백 톤 수준을 유지하던 원료 재고가 많이 감소하면서 공급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시기적 부담이다. 고추·고구마 등 밭작물 정식이 집중되는 4~6월은 비닐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로, 가격 급등은 곧바로 농가 경영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일부 농가에서는 재배 면적을 축소하거나 파종 시기를 늦추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농산물 생산량과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농업 전반에 충격이 확산하자 정부는 이를 단순한 수급 불안을 넘어선 '농업 공급망 리스크'로 보고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종구 차관을 단장으로 한 중동 상황 모니터링 체계를 매일 가동하며 비료, 농업용 필름, 사료 등 핵심 품목의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장관이 직접 비료 생산업체를 방문해 원료 확보와 재고 상황을 점검하는 등 현장 대응도 강화했다. 업계와의 긴급 간담회를 통해 애로사항을 수시로 파악하고, 필요시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조 개선에도 나섰다. 쌀 포장재를 기존 폴리에틸렌 대신 종이 포장재(지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수확기 벼 매입에 사용되는 일회용 톤백(1톤들이 자루)을 반복 사용이 가능한 철제 수매통으로 대체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일부 산지유통업체에서는 이미 수매통 도입을 확대하며 비용 절감과 자원 절약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용 비닐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국회가 154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수출 부문에 대한 대응도 병행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aT는 '농식품 글로벌 성장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총 72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투입, 약 6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12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생산 기반 구축부터 물류·통관, 판로 개척까지 23개 항목 중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으며, 비용의 최대 90%까지 지원받는다.
특히 이번 사업은 중동 사태로 인한 물류비 급등과 운송 지연 등 현장의 애로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우회 운송 비용, 수출 화물 반송 비용, 현지 체류 지연 비용 등 긴급 상황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까지 지원 범위에 포함됐으며,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물류·보험 등 전쟁 관련 항목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과 수출 회복을 동시에 추진해 중동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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