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7% 성장" 증권가 일제히 상향…반도체 훈풍 속 '중동전쟁' 변수
메리츠·KB·삼성 2.6~2.7% 상향…"2~4분기 0% 성장해도 연 2.4%"
2분기는 역성장 전망…중동전쟁·내수 회복 흐름 변수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7% '깜짝 성장'을 기록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연간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내수 위축 우려가 여전해 2분기 이후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1분기 호조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주요 증권사들은 1분기 GDP 속보가 나온 직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2.1%에서 2.6%로, KB증권은 2.1%에서 2.7%로, 삼성증권은 2.3%에서 2.7%로 각각 올렸다.
NH투자증권은 2.2%에서 2.5%로, 하나증권은 2.0%에서 2.4%로, 현대차증권은 1.9%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1.6%에서 1.9%로 올렸으나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산술적으로 남은 2~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여도 연간 성장률은 2.4%에 이른다"고 밝혔다. 1분기 고성장이 연간 성장률 경로에 유리한 출발점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성장률 상향 조정의 핵심 근거는 반도체 수출 급증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분기 반도체 통관수출은 전년 대비 139% 급증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물량 효과가 지난해 4분기 5%포인트(p)에서 1분기 23%p로 크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반도체와 컴퓨터 부품(SSD) 수출이 각각 160%와 212%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며, 내년까지도 두 자릿수 신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이클은 수출과 투자뿐 아니라 임금 상승과 주가 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를 증가시키고, 법인세 증가로 인한 정부 재정여력 확충으로까지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급등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1분기 실질 GDI는 전기 대비 7.5% 증가해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GDI 개선이 시차를 두고 임금 소득 증가로 귀결되고, 증시 호황에 힘입은 소비심리 호조가 맞물리면 민간소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봤다.
추경 집행 효과도 하반기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증권은 이달부터 집행이 시작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이 집행 속도에 따라 올해 성장률을 최대 0.3%p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연간 전망을 올려 잡으면서도 2분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1분기에 반영되지 않았던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급반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가·비용 충격,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2분기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1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한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흐름을 감안하면 2분기에 1분기 서프라이즈를 대부분 되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동안 순수출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3월 석유제품 수출이 유가 급등에 따른 단가 상승으로 54.9% 증가한 반면 원유 수입은 봉쇄로 인한 물량 감소로 오히려 줄면서 순수출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에는 원유 수입이 급증하면서 순수출 기여도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심리 위축도 변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전월 대비 7.8p 급락하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다만 "소비자심리지수를 선행하는 뉴스심리지수가 4월 초 급락 이후 지난 17일까지 빠르게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5월 반등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연간 성장률은 중동전쟁의 향후 전개 양상과 반도체 수출 호조의 내수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5월 중순 이내로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점진적으로 해소된다는 가정하에 올해 연간 성장률을 2.3%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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