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 없었는데 104조 적자…나라살림, 100조대 '적자 늪'에 갇혔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역대 4위…5년간 매년 100조대 적자 전망
재정준칙 사실상 폐기 수순…'재정 앵커' 도입마저 안갯속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4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중장기 재정 계획에서도 향후 5년간 매년 100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구조적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정부가 의결한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2024년(104조 800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100조 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결산에서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규모 추경이 이어졌던 2020년(-112조 원), 2022년(-117조 원), 2024년(-104조 8000억 원)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2024년에는 약 30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대규모 적자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세수결손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기 둔화와 확장재정 기조 등이 100조 원대 적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적극 재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계엄 여파에 따른 내수 위축과 미국발 통상환경 급변 등 대내외 충격이 동시에 닥친 해였다"며 "총지출을 줄이는 소극적 재정 운용보다 AI·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지원과 내수 회복을 위한 투자 확대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채무 절대액보다 갚을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중요하다"며 "GDP(국내총생산)가 늘면서 상환 여력도 함께 커졌기 때문에 비율로 보면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2025회계연도는 이전 연도와 달리 대규모 세수결손 및 재정수지 악화 흐름에서 벗어나 재정운용이 정상화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100조 원대 적자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고착화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25~2029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6년 109조 원, 2027년 115조 4000억 원, 2028년 128조 9000억 원, 2029년 124조 9000억 원으로 향후 5년간 매년 100조 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로도 4%대 초반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돌파해 GDP 대비 49.0%를 기록한 국가채무는 국가재정운용계획상 2026년 1415조 2000억 원(GDP 대비 51.6%), 2027년 1532조 5000억 원(53.8%), 2028년 1664조 3000억 원(56.2%), 2029년에는 1788조 9000억 원(58.0%)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4년 만에 국가채무가 487조 원 가까이 불어나는 셈이다.
재정 지출 구조도 적자 고착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연금·의료 등 복지 분야 의무지출 소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 증가세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2025~2029년 기간 중 연평균 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체 지출 증가율(연평균 5.5%)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중동전쟁 등 대외 경제 변수에 따라 적자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정 효율화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필수소요를 제외한 재량지출의 10% 이상을 구조조정하고, 5년간 전체 재량지출 사업을 성과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금·의료 등 의무지출을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 만성적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조 원대 적자가 고착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재정 규율 강화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이 기준은 한 번도 충족된 적 없으며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GDP 대비 3.9%로, 재정준칙 기준을 0.9%포인트(p) 초과했다.
현 정부는 기존의 '3% 룰'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재정 앵커'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중장기 과제로 남겨둔 상태다. 재정 앵커는 재정 적자, 국가채무 등 총량적인 재정 지표를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과 비슷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의지를 밝히고 있다.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적극재정 → 경제성장 → 지속가능 재정'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재정 건전성을 함께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과 과세 정상화만으로 100조 원대 적자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국가채무비율,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등을 수치로 고정해 놓으면 재정이 경기 역행적이거나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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