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려도 도쿄·방콕 못 잊어"…고환율·경기둔화에도 작년 해외여행 급증

13세 이상 32% "지난 1년내 해외여행"…2023년 대비 2배 이상 급증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48.3% 경험…계층·지역 간 '양극화' 뚜렷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해외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지난해 급격히 회복하며, 13세 이상 인구의 31.5%가 지난 1년간 해외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5.1%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선 'V자 반등'을 보였다.

해외여행 경험은 소득과 거주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월평균 가구소득 600만 원 이상은 48%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반면, 100만 원 미만은 12%에 불과했다. 도심 거주자와 20~39세, 전문관리직·사무직 종사자 비율이 높아 계층 간 격차가 뚜렷했다.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지역 중심으로 억눌린 '보복수요'가 이어지고 있으나, 고환율·고유가와 중동 정세 장기화가 지속될 경우 항공료 부담으로 여행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계층 간 해외여행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V자 반등'…소득·도농 간 격차 뚜렷

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 1년간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3세 이상 인구 비율은 31.5%로 지난 조사(2023년·15.1%)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경험 비중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5년 19.7%에서 2017년 26.5%, 2019년 30.4%로 매년 5~6%포인트(p)대 성장을 보이다가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1%까지 급감했다. 이후 반등해 지난해 조사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해외여행 경험은 소득이 높을수록 월등히 많았다. 월평균 가구 소득 100만 원 미만과 100만~200만 원 미만 가구는 각각 12.0%, 14.5%가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500만~600만 원 미만과 600만 원 이상 구간에서는 37.1%, 48.3%로 조사됐다.

도농 간 격차도 뚜렷했다. 도심 거주자의 해외여행 경험 비율은 33.0%였지만 농어촌은 24.6%였다.

업종별로도 농어업과 기능·노무 종사자는 각각 21.2%, 22.0%였지만, 전문관리직(50.5%), 사무직(47.7%)은 두 배 이상 높았다.

연령별로는 20~29세와 30~39세가 각각 42.0%, 43.3%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활동 상태별로는 취업자(36.2%)가 실업·비경제활동인구(24.4%)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김진환 기자
"일본·동남아가 해외여행 수요 떠받쳐…고환율·고유가 이어지면 둔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특정 지역 수요 쏠림 등을 꼽았다. 다만 중동 정세 장기화와 고환율,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항공료 부담이 커지며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지역에 집중됐다. 이슬기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해외여행 전반에 부담이 되지만, 일본 여행 수요 증가로 일부 수요가 대체되며 전체 수요 감소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는 일본으로, 전체 해외여행객 약 2960만 명 중 약 946만 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뒤이어 베트남 약 433만 명, 3위 미국 165만 명이며, 상위 10개국 중 9개국이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였다.

다만 이 교수는 "고환율과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항공료 부담이 커지고 일부 노선 축소로 향후 해외여행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며 "일부 저비용 항공사는 이미 항공편 축소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 둔화에도 증권시장 활황·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로 일부 계층의 소비 여력이 유지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 여력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해외여행 소비는 한 번 형성되면 쉽게 줄어들지 않는 하향 경직성을 보인다"며 "경기 둔화에도 다른 소비를 줄여가며 여행 수요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