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도 '고유가'…IB들 "올해 평균 80달러선 고착화" 전망 상향

골드만·BofA 전망치 '85달러' 상향…공급 차질에 유가 하한선 상승
트럼프 "이란 타격" 예고…호르무즈 봉쇄 시 '174달러' 최악 경고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달러·원 환율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가격. 2026.3.30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은행들이 올해 유가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쟁이 단기간 내 종료되더라도 평균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중반 수준에 머물며 고유가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생산과 수송이 동시에 제약되면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유가 기준선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글로벌 원유 공급이 하루 약 800만 배럴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하며, 중동 지역 생산 차질과 해상 수송 병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공급 충격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3주간 이란 주요 시설을 강력히 타격할 방침을 밝히면서, 유가 상승 전망은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배럴당 13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가 전망 잇따라 상향…IB "올해 평균 85달러"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는 올해 브렌트유 평균을 배럴당 85달러로, 직전 전망(70달러대)보다 높게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가를 79달러로 기존 전망(72달러)보다 7달러 상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브렌트유 전망을 61달러에서 77.5달러로 높이며,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85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하루 700만~800만 배럴 규모의 중동 공급 차질을 반영해 올해 평균 유가를 8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68.19달러, WTI는 64.73달러 수준으로 올해 전망보다 약 20달러 낮았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장기화와 각국 전략비축 확대로 시장이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졌다"며 "공급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높은 가격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호르무즈 해협 교역이 조기에 정상화되면 평균 유가는 85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기관도 조기 종전에도 유가가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시설 복구 지연 등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전쟁 전보다 43% 높은 9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해협으로 한 유조선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공급차질 장기화…전쟁 종료 후에도 고유가 지속

전쟁이 조기 종료되더라도 유가가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유가 상승은 단순 지정학적 불안이 아니라 실제 공급 감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산유국들이 원유를 생산해도 제때 수출하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생산과 수송이 동시에 제약되면서 공급 감소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실제 공급 감소도 확인되고 있다. IEA는 지난달 글로벌 원유 공급이 하루 약 800만 배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중동 생산 차질로 하루 최대 820만 배럴 공급 감소를 분석했다.

공급 회복 여력도 제한적이다. 바클레이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여유 생산능력이 충분치 않고, 비OPEC 국가들의 공급 증가세도 둔화돼 공급 탄력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각국 전략비축 확대도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수송 차질 장기화와 전략비축 수요 증가로 시장이 구조적으로 타이트해졌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하루 1300만~1400만 배럴 수준의 공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향후 2~3주간 이란 주요 시설을 강력히 타격할 계획을 밝히며, 국제유가 전망을 더욱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장기화 시 배럴당 13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KIEP는 해협 봉쇄 시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약 10% 줄어 유가가 11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시설이 직접 타격을 받는 시나리오에서는 전쟁 전 대비 176% 오른 174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IEP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유가 급등이 예상된다"며 "이 전망은 하한 추정치에 불과하며 실제 충격은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추가 공격 발언 이후 종전 기대감이 꺾이면서 유가는 다시 상승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텍사스중질유)는 다음달 인도분 기준 장중 한때 배럴당 113.93달러에 거래됐다. 전일 종가 대비 13.79% 오른 값이다. 국제유가 기준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는 6월 인도분 기준 8% 상승한 배럴당 109.70달러까지 올랐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