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원화절하 속도, 달러의 2배…쏠림 뚜렷해지면 대응"(종합)
환율 1530원 돌파, 금융위기 이후 최고…신현송 "달러 유동성 양호"
작년 4분기 역대 최대 225억 달러 순매도…1분기 더 늘어날 듯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31일 장중 1546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시장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환율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 "시장 심리와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다른 통화와 괴리가 심해지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주간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4.2원 오른 1519.9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후 12시 17분을 기점으로 1530원을 돌파했고 장중 1546.9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보도 이후 달러 강세가 주춤해졌지만,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원화 약세와 외국인 증시 이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발언도 환율 상승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신 후보자는 출근길 문답에서 "환율은 높지만 달러 유동성은 상당히 양호해 리스크는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 자체는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되며, 지금 그렇게 큰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의 발언 이후 환율은 1530원대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윤 국장은 "원화의 절하 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며 "달러 대비 한 2배 이상 더 빠르게 절하되는 상황이어서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 급등의 주요 요인으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을 꼽으며 "이번 달 외국인 주식자금이 매일 2조~3조 원씩 상당한 규모로 나가고 있다"며 "수급 측면에서 가장 큰 환율 상승 압력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목표)하지 않지만, 속도 면에서 지금 상황에서 빨리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비교해 구두개입 발언이 적다는 지적에는 "구두개입성 발언을 신중하게 해왔고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시장을 경계감 있게 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한국과 일본은 구두개입 관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급 개선 요인으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를 기대했다. 윤 국장은 "4월부터 본격 편입이 시작되기 때문에 수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여력에 대해서는 "GDP 대비 순대외 포지션이 50%를 넘고 순대외 채권국으로 분류돼 있어 대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만큼의 버퍼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이 이날 공개한 '시장안정조치 내역'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달러·원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224억 6700만 달러(약 32조 6400억 원)를 순매도했다. 분기별 공개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누적 순매도는 279억 69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연간 순매도의 80%가량이 4분기 한 분기에 집중됐다.
윤 국장은 "작년 4분기의 경우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했다"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비해 거주자가 들고 나가는 자금이 많았고, 10월에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자금 규모가 경상수지의 3배 정도까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통화와 비교해 원화 절하 폭이 컸고 시장의 기대도 한 방향으로 심하게 쏠렸기 때문에 시장 안정화 조치 규모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 국장은 "연말에 원화와 다른 통화 간 괴리가 굉장히 심하게 나타났다가 여러 조치를 통해 그 괴리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 관측된다"며 "그 면에서(정책 대응이)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외환 순거래는 올 1분기에도 순매도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사태 발발 이후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시장 개입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올 1분기 시장안정조치 내역은 오는 6월 30일 공개될 예정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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