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포식자 '남극도둑갈매기', 번식지 환경 따라 식단 결정한다
극지연, 혈액으로 서식지별 먹이 패턴 규명…국제학술지 게재
- 백승철 기자
(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남극의 상위 포식자인 남극도둑갈매기가 번식지 환경에 따라 먹이 메뉴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 로스해 북부 빅토리아랜드 일대 4개 번식지에 서식하는 남극도둑갈매기의 혈액을 분석해 이들의 지역별 식이 조성 변화를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남극도둑갈매기는 환경에 따라 먹이를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유연하게 식단을 바꾸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드물었다. 특히 북부 빅토리아랜드를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는 지난 40여 년 동안 정체돼 있었다.
정훈 박사 연구팀은 2021년 11~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인근 4개 서식지에서 성체 도둑갈매기 41마리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안정동위원소 분석법을 활용했는데, 이는 지난 수일 동안 섭취한 먹이 정보를 과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 단기 식이정보만 제공하는 배설물이나 토사물 분석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 결과 도둑갈매기의 식단은 지역마다 확연히 달랐다. 대규모 아델리펭귄 서식지인 케이프 할렛과 인익스프레서블섬의 도둑갈매기는 펭귄의 알과 새끼를 주로 사냥했지만, 황제펭귄 번식지 근처인 케이프 워싱턴에서는 황제펭귄 알의 비중이 높았다. 또 케이프 뫼비우스에 사는 개체들은 웨델물범 사체나 태반, 아델리펭귄, 물고기 등을 두루 섭취했는데, 다른 집단과 먹이 경쟁을 피하고 가장 구하기 쉬운 먹이를 선택한 결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먹이 변화는 남극 생태계의 건강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김정훈 박사는 "상위포식자인 도둑갈매기의 식단 변화를 모니터링하면 펭귄이나 어류 등 하위 영양 단계 생물들의 분포와 다양성 변동 같은 생태계 이상 징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남극특별보호구역 모니터링 및 남극기지 환경관리에 관한 연구'의 지원을 받았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ONE'에 지난달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는 남극 생태계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먹이 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공간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남극 생태계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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