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다 팔아도 빚 못 갚아"…고위험 가구 35%가 '2030 청년'

고위험 가구 45.9만…금융부채 96조1000억 원, 전년比 33% 급증
한은 "지방 고위험 가구 DTA 상승 전환…지역별 양극화 심화"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보유한 자산을 전부 처분해도 빚을 감당할 수 없는 '고위험 가구' 3가구 중 1가구는 2030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급증과 부채를 적극 활용하는 세대적 특성이 맞물리며 청년층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다. 특히 고위험 가구 내 청년층 비중은 불과 5년 만에 22.6%에서 34.9%로 급증하며, 가계부채의 가장 약한 고리로 부상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고위험 가구는 45만 9000가구로 전년(38만 6000가구) 대비 18.9%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도 96조 1000억 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6.3%를 차지하며 2024년 3월(4.9%·72조 2000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고위험 가구란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면서,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도 어려운 부채자산비율(DTA) 100% 초과 가구를 가리킨다.

특히 고위험 가구 내 청년층(20~30대) 비중이 2020년 3월 22.6%에서 2025년 3월 34.9%로 크게 확대된 점이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중년층(40~50대) 비중은 59.8%에서 53.9%로 줄었다.

김정호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결혼 기피, 주거 형태 인식 변화 등으로 청년층 1인 가구가 많이 늘었고 청년층 전체 가구 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고위험 가구도 함께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약 자격 요건상 독립 세대를 갖춰야 하는 점도 1인 가구 증가에 가세했다고 봤다. 그는 "청년층은 과거 세대에 비해 부채 차입에 적극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DSR 규제를 통해 갚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빌릴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금융 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자산·부채 구성을 보면 2025년 고위험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2억 7000만 원으로 비고위험 가구(6억 4000만 원)에 비해 크게 적은 반면 총부채는 2억 4000만 원으로 비고위험 가구(1억 6000만 원)보다 많았다.

고위험 가구는 자가 거주율이 낮아 임차보증금이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현금 유동성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 금리가 높고 변동금리 비중이 큰 신용대출 비중(19.1%)이 비고위험 가구(10.4%)보다 높아 금리 변동에도 취약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수도권 고위험 가구의 DTA는 2024년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방은 2025년 중 상승세로 반전된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고위험 가구의 DTA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 영향으로 큰 폭 하락했지만, 지방은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

다만 2025년 말 기준 고위험 가구 비중은 가구 수 기준 3.6%, 금융부채 규모 기준 5.9%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자산 가격 상승과 기준금리 인하(-100bp) 등 금융여건 완화 영향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위험 가구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며 "금융자산 가격 조정 등이 동반될 경우 부채 증가가 컸던 고위험 가구를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