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개인 해외주식 ETF 환헤지 비중 2.5%뿐…달러 자산 쏠림 심화"

작년 말 거주자 해외증권 잔액 1.2조 달러…개인 증가폭 금융기관 추월
"다양한 환헤지 상품 개발·공급 확대로 외환 수급 균형 유도해야"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3.25 ⓒ 뉴스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해외증권 잔액이 1조 2661억 달러까지 불어난 가운데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서 환헤지 비중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미헤지 상품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현황을 이같이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총 1조 2661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2080억 달러(16.4%)로 국민연금 등 일반정부(5368억 달러, 42.4%)와 금융기관(5214억 달러, 41.2%)에 이어 세 번째다.

주식형 ETF 환헤지 비중 2.5% 불과…'환위험 무방비'

개인의 해외증권투자 증가 속도는 가파른 상황이다. 지난 2024년부터 개인의 해외증권 잔액 증가 폭은 금융기관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국내상장 해외펀드에 투자할 경우 기초자산 매입 주체가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개인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통계상 수치보다 더 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는 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미국 주식 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의 미국 주식시장 유입이 최근 주춤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국내 개인투자자는 ETF를 중심으로 미국 주식 투자를 늘려왔다. 연금저축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상향된 데다 해외 ETF 실부담비용이 여타 펀드의 절반 수준인 0.65%에 불과한 점 등이 ETF 투자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같은 해외 ETF 투자 대부분이 환헤지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2월 말 기준 개인의 해외 ETF 누적 순매수 잔액에서 환헤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4%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해외 ETF 상품 가운데 ¾ 이상(77.8%)을 차지하는 주식형의 경우 환헤지 비중이 2.5%에 그쳤다. 채권형(71.1%)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지난해 하반기 달러·원 환율이 크게 뛰면서 일시적으로 환헤지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연말부터 환율이 낮아지면서 헤지 비중은 다시 줄어드는 흐름이다. 환헤지 ETF 누적 순매수 규모는 2024년 말 3조 8000억 원에서 2026년 2월 말 5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으나, 전체 해외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4.3%에서 10.4%로 오히려 하락했다.

한은 "외환시장 쏠림 유발" 경고…정부 수급 안정책 추진

한은은 미헤지 상품 중심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헤지 상품 비중이 높을수록 외환시장에서 달러 현물거래 수요가 늘어나 환율 쏠림 요인으로 작용하고, 향후 달러·원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자의 환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개인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금융기관(은행·증권·보험사)의 보유 외화증권 잔액도 2022년 4분기 말 198조 2000억 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275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외화 부채를 감안하면 순 외화 익스포저 규모가 크지 않고, 환헤지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시스템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미헤지 주식형 상품을 중심으로 개인의 해외증권투자가 확대된 것은 미국 주식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여전히 높고, 환율 수준에 대한 기대와 경제 펀더멘털 간 괴리가 아직 남아있는 것에 기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다양한 해외주식 환헤지 상품의 개발과 공급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인 외환 수급의 균형을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달 중 해외주식 매도 자금으로 국내주식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출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개인투자자 대상 선물환 매도 상품 지원과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 부여도 함께 추진 중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