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중동 리스크 장기화, 취약기업·시장 부담↑…불안 시 적기 대응"
파생 ETF 잔액 2배 급증…한은 "단기 쏠림에 변동성 심화"
석유화학 등 취약업종 수익성 악화…시장 불안 시 적기 대응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은 중동 지역 갈등 장기화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과 기업·취약부문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외환·금융시장과 취약부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 등 정책당국 협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6일 '3월 금융 안정 상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처럼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입국은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외환·금융시장에서는 중동상황 이전 상당폭 낮아졌던 환율이 이후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확산에 따른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주요국 대비 크게 상승했다. 그간 빠른 오름세를 보였던 국내 주식시장도 중동상황 발생 직후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중동 갈등이 장기화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면서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쉽게 완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시장금리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수록 글로벌 긴축 우려가 강화돼 상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외국인 주식 매도와 함께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뚜렷해지고, 증권사 신용융자 확대 등으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데서도 기인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여기에 단기 수익 추구 성향 강화로 레버리지 상품 중심의 파생형 ETF 잔액이 올해 들어 급증한 점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파생형 ETF 잔액은 지난해 말 10조 4000억 원에서 올해 2월 말 19조 7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중동상황 장기화는 기업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원가 부담 증가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면 취약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하고, 이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저하나 회사채 차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중동 상황이 4주가 되어가고 있고, 전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크다"며 "확전 시 실물경제와 금융 측면에서의 영향은 커질 것이고, 그런 부분에서 기업의 수익성은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종은 중동지역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재무 건전성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금번 중동 상황은 종료 시점 및 확전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이에 따라 외환∙금융시장 및 취약부문에 대한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가운데, 필요시 적기에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당국 간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광규 금융안정국장은 "구체적으로 중동 상황이 금융시스템에 어느 정도 충격이 되는지 수치화하기에는 아직 전개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가격변수와 취약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 변화에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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