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끊기진 않지만"…카타르 LNG 공백, 관건은 '가격 리스크'

산업연, 호르무즈 봉쇄 1~3개월 지속 시 LNG 가격 100~140%↑
LNG 도입량 절반은 '발전용'…에너지 비용 상승 시 산업 직격탄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지구 전경.ⓒ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카타르발 LNG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체 물량 확보와 비축 여력을 바탕으로 '물량 공백'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수급보다 가격 급등 가능성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으며, 에너지 비용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타르 LNG '불가항력' 선언에도 수급 영향은 제한적…관건은 '가격 리스크'

23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카타르가 이란의 LNG 생산시설 타격 여파로 최장 5년간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내 수급 안정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타르산 LNG 도입 비중이 약 14% 수준에 그치고, 단기적인 물량 공백 역시 호주와 미국 등 대체 공급선을 통해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일부 대체 물량 계약도 이미 체결된 상태다.

국내 전체 LNG 도입량 가운데 카타르산은 연간 약 900만~1000만 톤 규모로 추산된다. 정부는 도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닌 데다, 의무 비축량도 확보돼 있어 전반적인 수급 관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정부 설명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단기 충격 단계에서도 LNG 가격은 큰 폭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장과 비축이 어려운 LNG 특성상 공급 차질이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원 분석 결과, 호르무즈 봉쇄 초기 시나리오(S1)에서도 LNG 가격은 최대 90%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봉쇄 사태가 1~3개월 이상 이어지는 중기 단계(S2)에서는 상승 폭이 100~140%로 확대하고, 3개월 이상 장기화하는 구조적 충격 단계(S3)에 진입할 경우 최대 200%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수급 자체보다 가격 리스크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반영되면 현물 가격이 급등하고, 장기계약 재협상 압력까지 커질 수 있다"며 "결국 비용 부담이 전체 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 LNG 현물 가격 역시 지정학적 불안을 반영하며 상승 압력을 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5.12.22 ⓒ 뉴스1 장수영 기자
LNG 도입 물량 49%는 '발전용'…전기요금·산업 경쟁력 '연쇄 압박' 우려

문제는 LNG 수급 불안이 단순히 가스요금에 그치지 않고 전력시장 전반으로 파급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LNG 수입량 약 4672만 톤 가운데 49%에 해당하는 2289만 톤이 발전용으로 사용될 만큼, 전력 생산의 LNG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LNG 도입 가격이 오르면 발전 단가가 상승하고, 이는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으로 직결된다. SMP가 오르면 결국 한국전력의 전력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이 동시에 오르는 '이중 부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비용 상승 압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제품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수출 감소와 산업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역시 해당 보고서에서 LNG 공급 차질이 전력 생산과 도시가스 공급 불안으로 확산하고, 나아가 암모니아·헬륨 등 산업용 원료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연쇄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도체, 화학, 철강 등 핵심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비축 물량과 대체 계약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당장은 난방 수요가 적은 계절적 특성상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카타르산 물량 비중을 고려할 때 LNG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며,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