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협회, 예산으로 간부에게 3000만원 선물…예비비로 해외여행도
복지부, 특정감사 통해 23건 부정사항 적발…수사의뢰·환수 등 조치
국고보조금 3억 원 지급 보류…상반기 내로 단체 운영 지침 마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한국농아인협회가 협회 예산으로 고위 간부에게 3000만 원 상당의 고가 선물을 제공하고 예비비를 간부들의 해외여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농아인협회와 중앙수어통역센터를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한 결과 농아인협회 17건, 중앙수어통역센터 6건 등 총 23건의 부정사항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와 환수 등 조치했다고 16일 밝혔다.
복지부는 농아인협회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생활체육회 관련 행사 등에 수어통역사의 참여 금지를 지시해 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을 방해하고, 협회 예산으로 고위 간부에게 3000만 원 상당의 고가 선물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
세계농아인대회에서 예산을 불투명하게 운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복지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 위반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된다고 보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복지부는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임원의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검토하고 한국농아인협회에 재발 방지와 개선계획을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복지부는 기관경고 13건, 시정 9건, 통보 16건 등 총 49건의 처분을 시행했다.
농아인협회 이사회는 재산 및 기금의 관리·운용, 사업계획·실적보고와 업무 집행, 제규정의 제정 및 변경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이사회는 회의 목적을 명시해 7일 전에 문서로 소집해야 하지만 일부 회의에서는 소집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아인협회는 2023년 세계농아인협회 운영 예산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비를 따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해당 예산은 협회 간부들의 태국 치앙마이 여행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일정에는 현지 장애인 단체와의 교류 활동이 없었으며 관광지 방문 중심으로 구성됐다.
복지부는 의사결정 과정의 경위를 조사하고 결재권자에 대해 상벌위원회를 개최하며 부적정하게 집행된 여행 관련 비용을 참가자들에게 환수하도록 통보했다.
성 비위 의혹으로 업무 배제된 간부가 해당 기간 중 전자문서 21건을 결재한 사실도 확인됐다. 복지부는 관계자 징계 조치를 통보하고 협회의 상벌위원회를 통해 조치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직책보조비 초과 지급과 고용장려금 자의적 분배 등 방만한 운영도 드러났다.
농아인협회 내부 규정은 임원(상임이사)에 대해 월 150만 원의 직책보조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정당한 근거 없이 월 300만 원으로 인상해 지급했다.
중앙수어통역센터장은 직책보조비 지급 대상이 아님에도 2024년 4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직책보조비를 지급받았다. 초과 지급된 직책보조비는 총 4300만 원으로 환수 명령이 내려졌다.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산하 지역협회에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기준 없이 일부 지역협회에 금액 일부를 소송비용 명목으로 공제하거나 지급을 보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복지부는 기관경고 처분을 내리고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시·도협회 등과 논의를 거쳐 장애인고용장려금 분배에 관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전국 206개 수어통역센터가 한국농아인협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센터장 채용의 공정성과 회계 처리의 적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복지부는 수어통역센터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애인복지시설 사업 안내 개정안을 마련해 통보했다.
복지부는 농아인협회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올해 국고보조예산 3억 원 지원을 보류했다.
특정감사 처분 요구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거나 개선 요구에 불응할 경우 국고보조사업 예산 지급 보류뿐만 아니라 정부 보조사업 제한 등의 추가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다.
협회의 개선 의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중앙수어통역센터 업무위탁계약 조기 종료와 한국농아인협회 설립 허가 취소 가능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장애인단체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직원의 이해충돌, 공정한 선거관리, 성희롱·성폭행 대응 문제 등에 대해 장애계, 관계부처, 외부 전문가와 함께 단체운영 지침 마련 TF를 구성해 상반기 내 운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장애인단체가 법률·규정을 위반하거나 비합리적 운영 사례가 확인되는 경우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