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쇼크' 겪은 환율, 당분간 살얼음판…"트럼프 출구전략 관건"

장중 1500원 돌파 후 1470원대 숨 고르기…당분간 널뛰기 장세
전문가 "사태 장기화 땐 1525원 상단…트럼프 '조기 출구'가 분수령"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026.3.6 ⓒ 뉴스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심서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중 1500원을 일시적으로 돌파하는 쇼크를 겪은 외환시장이 당분간 살얼음판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극심한 변동성이 다소 숨을 고르고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언제든 1500원을 재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이 얇은 거래량 속에서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향후 1500원 재돌파 여부 등 환율의 핵심 향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 출구 전략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이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다시 1470원대에 진입했다. 지난 6일 주간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3원 오른 1476.4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7일) 1470원 밑으로 떨어졌으나, 이란의 공세가 시작되고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야간장에서 한때 1480원을 다시 돌파하기도 했다.

유가 상승·강달러 이중고…장기화 땐 1500원 훌쩍 넘어

지난달 말 1420원대에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단숨에 1460원에서 1480원대로 급등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국제유가 상승에 원화가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중동발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당분간 1400원대 중후반의 높은 환율 레벨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달러를 부추기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유가 상승이라는 이중고가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져 기존 전망보다 유가 레벨이 높아질 것"이라며 "유가 상승은 원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오재명 KB증권 연구원은 "사태가 한 달 이상 장기화될 시에는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80달러에서 100달러대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도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태 장기화 시나리오를 경계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태가 단기에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환율 상승폭이 제한되겠지만, 호르무즈 해협 수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언제든 1500원 선을 재위협할 수 있는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중동 무력 이슈 발생 후 달러·원 환율은 90일 전후까지 쉽게 레벨을 낮추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 "이번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한동안 환율은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할 것"이라며 전쟁 격화 시 환율 상단을 1525원으로 제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훈련. 2026.02.16 ⓒ AFP=뉴스1
"얇은 시장에 충격 과도하게 반영…네고 물량이 상단 방어"

다만 최근의 환율 급등세가 얇은 거래량 속에서 단기적인 충격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사태 장기화 여부가 최대 관건이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상단을 방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한 베이스 시나리오 하에서의 환율 상승분은 지난주 2~3일 동안 1500원을 일시적으로 넘고,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르며 이미 시장에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량이 많지 않은 얇은 시장 환경 탓에 야간장 등에서 환율 변동 폭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이코노미스트는 "야간장에 환율이 무섭게 오르더라도 주간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 기조 속에 달러를 쥐고 있는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하락 방어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오히려 수출 업체들이 좋은 조건으로 환헤지를 할 수 있는 찬스로 작용해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어, 완전한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유가가 90달러 이상 급등하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의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양상이 장기화하지 않고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오래 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주 정도가 이번 사태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조기에 출구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흐름에 대해서도 박 연구원은 "사태 당일에는 얇은 시장 탓에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이후로는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달러가 강세이긴 하나 우려할 정도의 초강세는 아니며 원화가 급격히 허물어지는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역시 중동 사태 장기화 여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고 하면 미국이 전 세계 에너지를 통제하는 상황이 돼 유가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며 "전쟁 전 배럴당 50달러대 중후반이었던 유가가 초중반까지 떨어진다면 물가 안정에 기여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이코노미스트 역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일부 반영되기는 했지만 연준이 고용에 더 중점을 둬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기조"라며 "사태가 테일리스크(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로 번지며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재보다 크게 증폭될 가능성은 낮다"고 부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