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육류 등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 지정…악용기업에 관세포탈죄 적용

반출명령·신속공급 의무 부과…위반 시 할당관세 추천 취소
판매가격 등 수입 이행 결과 보고 의무화…효과없으면 제외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수입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활용해 온 할당관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관리 품목을 지정하고, 보세구역 내 물품에 대해 반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관세 인하를 통해 수입품과 관련 품목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도입 취지를 살려, 물품을 신속히 시장에 공급하고 소비자 가격 인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할당관세는 수입품에 대해 최대 40%포인트(p)까지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제도다. 정부는 고환율과 유가 상승, 먹거리 물가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이후 매년 100여 개 품목에 1조 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이 제도를 활용한 수입업자가 반출 의무나 신속 유통 의무를 어길 경우 할당관세 추천을 취소하고 관세를 추징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추천을 받거나 고의로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는 관세포탈죄를 적용해 책임을 묻는다.

재정경제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할당관세 점검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냉동육류 등 집중관리 품목 지정…반출 명령 불이행 시 추천 취소

물가 영향이 크거나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냉동육류, 식품원료 등이 집중관리 품목으로 지정된다. 보세구역 반출을 고의로 지연한 전력이 있거나 국내 유통 구조가 복잡한 품목 역시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최재영 재경부 관세정책관은 "과일처럼 보관 기간이 길수록 상품성이 떨어지는 품목은 별도 관리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냉동육류와 같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추천대행 기관이 추천서를 교부한 날부터 보세구역 반출까지의 의무 기한도 설정된다.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이 대상이다.

수입신고 지연을 막기 위해 가산세 부과 기준은 보세구역 반입일로부터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무부처의 요청을 받아 세관장이 화주 등에게 반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수입업자에게는 시장에 물량을 신속히 공급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행 실적을 증빙하도록 하는 제도도 신설한다. 반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기존 보세구역 의무 위반 제재(10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의무 위반 시 제재 수위도 높아진다. 반출 의무와 신속 유통 의무를 동시에 어긴 업체는 추천이 취소되고, 그동안 감면받은 관세를 모두 추징당한다. 향후 할당관세 물량 배정에서도 제외된다.

최근 위반 사례가 잇따라 적발된 점도 이번 개편의 배경이다. 관세청은 2022~2023년 할당관세가 적용된 냉동 소고기 등 축산물의 보세구역 반출을 지연한 23개 수입업체를 적발해 총 185억 원을 추징했다.

수입 신고 지연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물가안정 목적 할당 품목 23개에서 358건의 신고 지연이 확인돼 3억8000만 원의 가산세가 부과됐다.

최 정책관은 "관세를 40%p(포인트) 인하하는 만큼 가격 안정 효과가 크다"며 "그 효과가 일반 국민에게 온전히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바나나 등 열대과일. 2025.6.25 ⓒ 뉴스1 김도우 기자
통합관리 전담기구 지정…유통 단계 축소

aT 등 기존 추천대행기관은 할당관세 적용 품목의 수입·유통·판매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전담 기구로 지정된다.

유통 단계 관리도 강화된다. 수입업체에서 도소매 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던 구조를 개선해 대형마트 등으로 직접 공급하는 유통 채널 비중을 확대한다. 대형마트는 할당관세 적용 할인 품목을 별도로 명시해 판매하게 된다.

유통 구조 정비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는 향후 추천 물량 배정에서 제외되거나 정부 지원 할인 행사 참여가 제한된다.

판매가격 관리 강화…악용 기업엔 관세포탈죄 적용

할당관세 적용 농산물에 대해서는 판매가격 등 수입 이행 결과 보고를 의무화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추천이 취소된다. 보고서를 분석해 가격 인하 효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해당 품목을 할당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유통 단계별 가격 동향 점검도 병행된다. 품목 특성에 맞춰 추천 물량을 배분하고 판매 실적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한다.

농산물 수입추천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통관 실적을 상시 모니터링한다. 냉동 고등어는 수입 수산물 유통 이력관리 대상 품목으로 신규 지정해 유통 경로 추적을 강화한다.

추천서 발급·취소 시에는 관세청에 즉시 통보하도록 해 물량 관리 기능을 보완한다. 집중관리 품목에는 반출 예정일과 의무 기한 정보를 함께 기재하도록 한다.

보세구역 반출을 반복적으로 지연하거나 수입 가격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신고한 업체는 관세를 추징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추천을 받거나 고의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혐의가 확인되는 즉시 관세포탈죄를 적용한다.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제도는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