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역대급 투자에도…작년 순대외금융자산 역대 최대폭 감소

대외자산 3626억 달러 늘었지만…코스피 75% 폭등에 대외부채 5604억 달러 급증
단기외채 비율 41.8%로 상승…한은 "증권투자 목적 자금 유입, 건전성 우려 없어"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환율 국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달러 공급이 이어지면서 2026년 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59억 1000만 달러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2026.2.4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고환율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서학개미'의 기록적인 해외 투자 열풍에도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며 1년 만에 1조 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 지수가 75% 넘게 폭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등 대외금융부채 가치가 내국인의 대외자산 증가분보다 훨씬 크게 불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5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9042억 달러로 전년 말(1조 1020억 달러) 대비 1978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연간 기준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직전 최대 감소 폭이었던 2005년의 837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대외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비거주자의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를 뺀 수치로 한 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환율 밀어 올린 서학개미 매수세에도…코스피 폭등에 부채가 더 큰 폭 늘어

지난해 말 대외금융자산은 2조 8752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3626억 달러 늘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거주자의 증권투자가 2719억 달러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 중 주식 등 지분증권이 글로벌 증시 호조와 해외 주식 매수세 확대에 힘입어 2335억 달러 늘어난 9771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을 1400원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린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매수 열풍을 지목했을 정도로 거주자의 대외 투자는 역대급 규모를 보였다.

부채성 증권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지속 등으로 383억 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대외금융부채가 대외금융자산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나며 전체 순대외금융자산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말 대외금융부채는 1조 97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604억 달러 급증했다. 부채 증가 폭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비거주자의 증권투자가 5200억 달러 늘어난 1조 3549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 주원인이다. 특히 증권투자 내 지분증권 부채가 4587억 달러 급증했다.

코스피 지수가 2024년 말 2399.5에서 2025년 말 4214.2로 75.6% 폭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원화 평가액이 크게 뛴 여파다.

한국은행은 순대외금융자산 감소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상윤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브리핑에서 "과거 오랫동안 저평가돼 있던 국내 주가가 반도체 업종 실적과 전망에 근거해 많이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팀장은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나쁜 배경을 가지고 성장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 시작과 함께 6000포인트를 돌파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어 있다. 2026.2.25 ⓒ 뉴스1 최지환 기자
단기외채 비중·비율 동반 상승…한은 "건전성은 양호"

대외 건전성 지표인 순대외채권은 3699억 달러로 전년 말(3871억 달러) 대비 172억 달러 줄었다.

대외채권이 기타부문의 부채성 증권을 중심으로 768억 달러 증가한 1조 1368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외채무가 외국인의 채권 투자 확대 등으로 940억 달러 늘어난 7669억 달러로 집계되며 순채권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우리나라의 외채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1.8%로 전년 말(35.3%) 대비 6.6%포인트(p) 올랐다. 총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 역시 23.3%로 1년 전(21.8%)보다 1.6%p 상승했다.

다만 한은은 이 같은 외채 지표 상승이 건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문 팀장은 "단기외채 증가 폭 중 외국인과 외은 지점의 현금과 예금 기여도가 높았고, 상당 부분 국내 증권투자 목적의 자금 확보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외채 증가가 국내 증권투자 수요 확대와 관련이 크고, 해당 비율과 비중이 최근 변동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