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학개미' 美 주식 106조 샀다…조세회피처 빼면 세계 3위

순매수액 1년새 5배 급증하며 역대급 기록…전체 국가 비중도 10% 돌파
고환율 고착화 핵심요인으로 지목…국내 증시 회복세 속 수급쏠림 경계

뉴욕증권거래소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최근 국내 증시 회복세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으나, 지난해 '서학개미'를 필두로 한 한국 자본의 미국 주식 매수 규모는 역대급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급증하며, 조세회피처를 제외한 주요국 가운데 사실상 3위 수준에 올라섰다.

이러한 지난해의 기록적인 달러 유출은 현재 고환율 고착화의 주요 배경 요인으로 지목되며 우리 외환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재무부 국제자본흐름(TIC) 통계 시스템 분석 결과, 지난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35억 6000만 달러(약 106조 5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 재무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77개국 가운데 조세 피난처 성격이 있는 케이맨 제도(2172억 7500만 달러)와 아일랜드(1023억 2100만 달러)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노르웨이(817억 6100만 달러), 싱가포르(789억 75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자금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 흐름은 두드러졌다.

대만은 102억 4800만 달러 순매수로 한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340억 5200만 달러, 23억 1500만 달러를 순매도하며 한국과 상반된 흐름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프랑스(670억 300만 달러), 스위스(222억 1100만 달러) 등이 한국의 뒤를 이으며 순매수 상위권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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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순매수액 5배 급증…비중도 두 자릿수 확대

한국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최근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미 재무부가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 집계를 시작한 2023년 2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누적 순매수액은 165억 68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4년에는 149억 1400만 달러로 소폭 축소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735억 6000만 달러로 급증하며 1년 새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전체 77개국 순매수(7174억 9700만 달러)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10.5%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4.8%)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케이맨 제도·아일랜드·영국령 버진아일랜드·버뮤다·건지섬(영국) 등 조세 회피처 성격의 국가들을 제외한 국가들의 순매수액(3493억 2800만 달러) 기준으로는 비중이 약 21%에 달한다.

이는 주요 투자국 가운데 상위권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한국 자본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별로는 노르웨이(23.4%), 싱가포르(22.6%), 프랑스(19.2%), 스위스(6.3%) 등 한국을 비롯한 상위국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해 전체의 93%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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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 구조화…미 증권 보유액도 증가세

이번 통계는 '서학개미'로 통하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 자금까지 포함된 수치다. 국내 자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주식 투자 확대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 연기금, 금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동시에 참여하는 흐름"이라며 "특정 투자 주체만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자금 흐름의 변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는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특히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는 원화 약세 압력을 더욱 키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초 환율 상승 요인의 약 4분의 1은 우리만의 요인(수급) 때문"이라면서 "국민연금을 제외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지난해 연말과 유사하거나 더 큰 폭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서학개미의 달러 매입 확대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짚은 바 있다.

한편 주식과 채권을 합친 한국 투자자의 미국 증권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8710억 7200만 달러로, 전년(7384억 2200만 달러)보다 17.9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0년 말(4742억 5700만 달러)과 비교하면 83.67% 증가한 수준이다.

국가별 보유 규모로는 영국이 3조 7323억 25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케이맨 제도(3조 2269억 3700만 달러), 캐나다(3조 2119억 6400만 달러), 일본(2조 9153억 13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5위 수준으로, 케이맨 제도와 아일랜드 등 조세 회피처를 제외할 경우 13위로 올라간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