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부서도 흔들리는 관세…韓, 시나리오별 '비상계획' 가동

미국 내 상호관세 반대 기류 확산…법원 '위법성' 판단도 초읽기
관세 불확실성 당분간 지속…"대미 투자 등 기존 합의 영향은 제한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미국 내 상호관세 정책을 둘러싼 사법·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우리 정부가 모든 판결 시나리오를 가정한 '비상계획(컨티전시 플랜)' 가동에 전격 착수했다.

미 연방항소법원이 상호관세 조치의 위법성을 인정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신 무역확장법 등 다른 법적 근거를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거나 새로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통상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갈등 중인 상호관세와 별개로 대미 투자나 원자력 협력 등은 양국이 이미 합의한 '패키지' 성격이 강해, 관세 리스크가 불거지더라도 한미 협의의 큰 틀이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韓. 미국 내 트럼프식 상호관세 정책 반대 기류 '주시'

16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기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사법부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 반대 결의안의 상정 자체를 7월 31일까지 막는 규칙안을 표결에 부쳤다. 공화당 지도부가 표결 차단에 나섰음에도 당내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절차가 성사됐는데, 이는 여당 내부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반대 흐름이 존재함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해당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 의결과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어 실질적 효력은 제한적이다. 다만 연방대법원의 적법성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르면 오는 27일쯤 예상되는 미연방항소법원의 판단도 변수다. 판결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위법 취지 판단이 내려질 경우 관세 정책의 법적 정당성이 흔들리면서 정책 수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정치권 균열과 사법 리스크가 동시에 현실화 경우 관세 기조 전반이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김영운 기자
정부 "모든 판결 시나리오 대비"

정부는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국회 입법 추진과 별도로, 미연방항소법원의 상호관세 위법성 판단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위헌·부분 위헌·합헌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티전시 플랜)을 가동 중"이라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부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으로부터 직접 관세 타격을 받은 각국 기업들이 미 행정부를 상대로 공동 대응하는 방식이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정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민간 대응을 지원하는 간접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 9곳은 지난해 말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추가 관세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한국에서도 한화큐셀이 같은 취지의 소송에 나선 상태다. 만약 '전체 위헌' 또는 '일부 위헌'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민간 중심 대응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최대한 드러나지 않는 방식의 지원 전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법 판결 나와도 관세 불확실성 지속" 전망

다만 전문가들은 위법성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관세 불확실성 자체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행정부가 다른 통상 법률을 동원해 우회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 다양한 통상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특정 근거가 무력화되더라도 관세 정책 자체가 중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위법성 판단 여부와 무관하게 관세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협상은 통상뿐 아니라 대미 투자, 안보, 원자력 협정 등 복합 의제가 얽혀 있어 기존 합의가 쉽게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일부 기업들이 관세 반환소송 채권을 할인 매수하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위법 가능성을 선반영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미 행정부가 다른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환급 문제 등 후속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