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2.4%·노무라 2.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韓 성장 전망 줄상향

IB 8곳 평균 전망 2.1%로 'UP'…"반도체 수출이 GDP 1.6%p 끌어올려"
AI 특수·내수 회복에 성장의 재점화 단계 진입…미국發 관세는 변수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2%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특수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이 수출 회복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1%대에 머물렀던 한국 경제가 반등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25%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수출 회복을 기반으로 한 성장 경로에는 불확실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IB들 "올해 韓 2.1% 성장 예상…반도체 업황 덕분"

10일 주요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1월 말 기준 평균 2.1%로 직전 12월 말 전망치(2.0%)보다 0.1%포인트(p) 상향됐다. 이는 정부가 앞서 제시한 성장 전망치인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씨티가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UBS가 2.0%에서 2.2%로 각각 높였다. 노무라는 2.3%, 바클리는 2.1%, JP모건은 2.0%,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 HSBC는 1.8%를 제시했다.

IB들이 성장률 상단을 조정한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전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씨티는 반도체 수출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7%, 2분기에는 9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으로는 달러화 기준 반도체 수출이 54% 증가해 지난해(22%)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씨티뿐 아니라 아시아·유럽계 IB들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 가능성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무라는 반도체 수출 개선과 함께 내수 회복 흐름을 반영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특히 민간 소비 성장률이 2.5%로 지난해(1.4%)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봤다.

로버트 슈바라만 노무라 글로벌 매크로 리서치 대표는 "한국 경제가 지난해 일시적인 정체 구간을 지나 올해는 성장의 재점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며 "강력한 기술 수출 모멘텀과 민간 소비의 복원력이 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 역시 내수 개선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성장률을 2.3%로 직전 전망치(2.0%)보다 0.3%p 상향 조정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년간 내수가 성장률 개선의 주요 축이 될 것"이라며 "자산 효과와 기저 효과, 확장적 재정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성장률 상향의 근거로 제시되는 반도체 업황 개선은 가격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 분기 대비 80~90%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PC용과 서버용 모두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램 가격은 11.5달러로 전년(1.35달러) 대비 8.5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월 대비로도 23.6% 상승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가격 주도형 반도체 수출 확대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포인트(p)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 증가가 전체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고, 설비투자와 기업 수익성 회복을 통해 성장률 상단을 지지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 역시 반도체 업황 호조를 성장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반도체 수출 회복과 함께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경우 2% 성장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AI 수요에 따른 일방적인 요인에만 성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서울 명동 환전소 전광판. ⓒ 뉴스1 최지환 기자
고환율 영향에 물가 상승률도 상향…IB들 2.0% 예상

고환율 영향이 수입물가를 중심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률 전망도 기존 전망을 웃돌았다.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말 1.9%에서 올해 1월 말 2.0%로 0.1%p 높아졌다.

씨티는 1.8%에서 1.9%로, UBS는 1.9%에서 2.0%로 각각 전망치를 상향했다.

BNP파리바도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직전 전망치(2.1%)보다 소폭 상향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압력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에서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석유제품의 수입 가격을 끌어올린 뒤 생산·운송 비용 증가를 통해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돼 대표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 뉴스1 윤일지 기자
미국發 25% 관세 불확실성은 수출에 변수…정부, 총력 대응

다만 미국발 통상 변수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수입품 전반에 대한 관세율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대미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관세율 인상은 수출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량 감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수출 품목의 부진이 겹칠 경우 성장률 상단을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업 투자와 수익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나 마진 축소,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와 투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개선을 기반으로 한 설비투자 확대 흐름이 약화될 경우 성장률 상방을 지지해온 경로가 일부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은 농축수산물 등 비관세 장벽도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관보 게재 등 공식 절차 진행을 지연시키는 한편, 한국 국회와 소통하며 대미투자특별법을 내달 초 처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합의한 팩트시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국회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회는 대미 투자 이행과 통상 리스크 해소의 시급성을 감안해 2월 중 법안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관세 이슈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상황"이라며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등 관련 조치가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도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은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환율 등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미투자특별법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