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역대 최대 행진에도 고환율 왜?…"급증한 해외투자가 원인"
반도체 효과로1230억달러 흑자…해외투자로 1330억달러 유출
코스피 5000·RIA 등 유턴 유도…"올해는 다를 수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1230억 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달러·원 환율은 여전히 1400원 중후반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교과서적인 '경상수지 흑자=환율 하락(원화 강세)'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벌어들인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이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를 위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구조적 자본 유출'이 환율 안정 효과를 집어삼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올해의 경우 국내증시의 상대적 강세, 정부의 '해외자금 유턴' 유도 등에 힘입어 흐름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1230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2015년(1051억 2000만 달러) 실적을 180억 달러 가까이 웃도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출입의 성적표인 상품수지 흑자는 1380억 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배당금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279억 2000만 달러)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쌍끌이' 흑자를 견인했다. 12월 월간 기준으로도 187억 달러 흑자를 내며 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3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통상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많아져 환율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환율은 1400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며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해외투자에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의 연간 해외투자 규모(금융계정 자산 증가)는 133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1230억 달러)를 100억 달러나 웃도는 수치다.
수출 대기업이 벌어온 달러가 국내 시장에 풀릴 틈도 없이,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해 다시 밖으로 빠져 나갔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기업들이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파는, 일명 '네고 물량' 환율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주체들이 다양해지고 해외 투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해외투자 주체별 순투자 규모를 보면 자산운용사·증권·보험 등 금융기관이 421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국민연금 등 공적기관이 407억 달러, 개인 투자자도 3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반까지 장기간 이어졌던 국내 증시의 부진과 미 증시의 활황이 겹치면서 개인과 기관 모두 달러를 들고 나가는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금융계정 세부 항목을 보면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143억 7000만 달러(12월 기준) 증가하며 역대급 매수세를 이어갔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국장 탈출'이 대세였지만, 올해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50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도입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도 자금 유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RIA는 해외주식을 판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1년 이상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올해 1분기 내에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로 돌아오면 소득공제율 100%를 적용받는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자금 흐름은 국내와 해외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며 "최근 미국 S&P500 지수가 작년과 달리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국내 증시는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해외투자를 환류하려는 시도도 있으니 그런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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