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계열사 15곳 은폐' DB 김준기 회장 고발…공정위 "사익편취"
동곡재단 산하 15개사 10년 넘게 누락…관리 직위 신설해 조직적 은폐도
재단사 돈으로 계열사 주식 매입해 경영권 방어…"지배적 영향력 입증"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DB그룹의 김준기 창업회장을 지정자료 허위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이 지난 2010년부터 동곡사회복지재단(동곡재단)과 그 산하 15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해 사익 편취와 그룹 지배력 유지에 활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 DB의 동일인(총수)인 김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재단 및 산하 15개 사를 소속 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지정자료는 공정위가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그룹 총수로부터 받는 계열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다.
공정위에 따르면 DB 측은 삼동흥산, 빌텍, 뉴런엔지니어링 등 재단 산하 15개 사를 계열사 내역에 포함하지 않고 장기간 은폐했다. 공정위는 DB 측이 최소 2010년부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위해 이들 재단 회사를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브리핑에서 "DB 측은 해당 회사들이 외부에서 보기에 계열사가 아니므로 부당지원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무리하게 재단 회사들을 동원할 때 '위장 계열사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내부 분석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재단 회사들을 관리하는 별도의 직위까지 신설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 해당 직위에는 김 회장의 차명주식 명의자이자 26년간 DB김준기문화재단 감사를 맡았던 최측근이 임명됐다.
공정위는 이번 위장 계열사 운영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의 경영권 방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DB하이텍은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중 재무 규모가 가장 크지만, 동일인 측 지분율이 23.9%로 낮아 경영권 공격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자금 흐름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포착됐다. 2021년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자금이 필요하자 재단 산하 회사인 빌텍은 금융기관이 아님에도 220억 원을 대여해 줬다. 이후 김 회장이 2022년 4월 이를 상환하자, 빌텍은 바로 다음 달인 5월 해당 자금 220억 원을 모두 DB하이텍 주식 매입에 사용했다.
음 과장은 "재단 회사들은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대출을 받아 DB 소속 계열사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모든 거래 검토의 핵심 요소는 오직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였고, 재단 회사들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직적인 은폐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작성된 DB그룹 조직도에는 동곡재단 계열사만 점선으로 표시됐으며, '관계사 배포 시 동곡재단 부분은 삭제하라'는 지침도 발견됐다. 또한 뉴런엔지니어링과 탑서브 등 일부 계열사는 매출의 100%를 DB 측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공정위는 DB 측이 위장 계열사 인사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재단 회사인 삼동흥산, 빌텍, 삼동랜드의 임원 과반수와 역대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DB 소속 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총수의 지시나 인지 없이 불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음 과장은 "고위직 인사나 지배구조 관련 사안은 창업 회장인 동일인이 직접 결정하거나 승인한다는 내용이 내부 문서에 적시돼 있다"며 "심지어 '창업 회장 보고용 자료'라는 폴더가 별도로 관리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분율 요건이 아닌 '지배적 영향력'을 근거로 계열사 누락을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음 과장은 "이번 건은 일반적인 지분율 요건이 아닌, 동일인 측의 지배적 영향력 행사를 객관적 증거와 정황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며 "실제로는 동일인의 지배하에 있으면서도 장기간 은폐된 위장 계열사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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