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8조 이탈에 1470원대 위협…워시 리스크·엔저에 다시 고개 든 환율
외인 이틀간 8.3조 매도…역송금·엔저·강달러에 변동성↑
전문가 "정부 '정책 실탄' 의문…당분간 변동성 장세 지속"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과 외환당국의 전방위적 대책에 힘입어 한때 1420원대까지 안정됐던 달러·원 환율이 다시 요동치며 147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기존의 상승 압력이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달러 매수세에 기인했다면, 이번에는 국내 증시를 이탈하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이른바 '셀 코리아(Sell Korea)'와 일본 정치 변수까지 겹치며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했다.
환율이 다시 상승 흐름을 타는 가운데, 외환당국이 추가로 꺼낼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 환율 상승 재료가 우세한 만큼, 1400원대 후반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1475.3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월 21일 기록한 장중 고점(1481.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5일)에도 18.8원 급등하며 1469.0원에 마감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불안한 등락을 거듭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147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 물량이 나오며 상단을 방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달러·원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의 '레이트 체크'(Rate Check·환율 점검) 소식과 미국의 달러 강세 경계 발언 등으로 지난달 말 142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일부 기관들은 올해 상반기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의 매파적 통화정책 성향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달러 강세가 재개됐고, 달러·원 환율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번에 환율을 다시 끌어올린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 5일 코스피 시장에서 4조 9941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6일에도 3조 3223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틀간 매도 물량만 8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주식을 판 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는 '역송금'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기술주 급락이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자의 대차대조표 축소(QT)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파적 성향의 워시 지명자가 부상하면서 달러화 지수가 97포인트 대까지 상승했다"며 "미국의 1월 ISM 제조업 지수 호조까지 겹쳐 달러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 기술주발 '리스크 오프(위험회피)' 심리도 한몫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발 소프트웨어 주가 급락이 시장 전반의 투매로 이어지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며 "이러한 흐름이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와 위험통화인 원화의 약세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중의원 선거라는 변수도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은 이를 '엔화 약세(엔저)' 재료로 해석하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일본 총선 결과도 예상대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일본 국채 및 엔화에 약세 압력이 심화될 것"이라며 "시장이 미리 결과에 베팅하면서 벌써부터 원화에 약세 압력을 전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 재정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원화 가치 역시 엔화와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하방 요인이 충돌하며 1400원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이 오를 요인이 많은 상황이지만, 미국 정부와 정부의 원화 강세 의지 역시 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인 강달러 압력과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맞물리면서 원화의 상대적 매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에서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내 외환시장 안정화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외환당국은 이미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세제혜택 등 고강도 정책을 연이어 내놓은 상황이다. 따라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이외의 카드는 많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를 이미 많이 내놓은 상태라, 추가적인 정책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상·하방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가계부채와 경기 문제로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지만, 시장에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환율 상단을 제어하고 시장의 쏠림 심리를 견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