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뒤흔든 '워시 쇼크'…전문가 "긴축 공포 과도, 결국 금리인하"

코스피·코스닥도 파랗게 질려…외국인·기관 매도세에 약세
전문가들 "트럼프와 교감, 인하 기조 유지…환율 하향 안정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손 투자 콘퍼런스에서 케빈 워시가 발언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2026.1.30/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이사가 지명되자 글로벌 자산시장이 '유동성 축소 공포'에 휩싸였다.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하고 국내외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은 그를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해석하며 발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채권시장·통화정책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워시 지명자가 과거 양적완화(QE)를 비판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시 공포'에 金·銀 대폭락…국내 증시도 '찬물'

워시 지명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0.94% 하락 마감했고 S&P500과 다우존스지수도 각각 0.43%, 0.36% 내리며 약세를 보였다.

특히 안전자산과 대체자산의 변동성이 컸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하루 만에 11.38% 급락했고, 은 가격은 31.37% 폭락했다. 비트코인 역시 9개월 만에 7만 달러 선까지 밀렸다. 시장이 통화 완화 기대가 꺾이고 유동성이 조여질 수 있다는 공포에 인플레이션 헤지 프리미엄을 빠르게 반납한 탓이다.

이러한 충격은 국내 금융시장으로도 전이됐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7.5원 급등해 1457원까지 오르며 다시 146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5%대 하락세를 보이며 50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 지수 역시 4%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세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장초반 시황이 나타나고 있다. 2026.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문가들 "트럼프 지명은 곧 금리 인하 신호…공포 과도해"

시장이 혼란스러워하는 핵심 이유는 워시 지명자의 독특한 정책 조합 때문이다. 그는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워시 지명자는 지난해 7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 돈을 푼 것이 금리 인하 효과를 냈다면, 반대로 지금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수조 달러 줄이는 양적긴축(QT)을 통해 물가 압력을 없애면 '빅컷(대폭 금리 인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고 주장했다. 즉,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해 물가를 잡고, 그 명분으로 금리를 내리겠다는 논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케빈 워시는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며 "기존 유력 후보였던 케빈 하셋보다는 금리 인하에 보수적인 스탠스를 갖고 있어 시장이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QT가 재개될 경우 시장금리를 자극하는 부작용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 지명자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예전처럼 유연하게 시장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한 QT 재개 가능성이 열려 있어 장기금리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준이 시장 불안을 감수하고 다시 QT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분석에 따르면 "양적 긴축(QT)이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실제 대차대조표 축소를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QT 재개보다는 지급준비금 관리 규모 축소가 보다 현실성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반응이 워시의 성향을 지나치게 매파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시장은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것 자체가 금리 인하에 대한 상호 교감이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시장의 우려처럼 매파적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워시 지명자가 '생산성 혁명'을 근거로 금리 인하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등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 물가 상승 없이도 고성장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물가가 안정되면 중앙은행은 굳이 고금리로 경기를 억누를 필요가 없게 돼 금리 인하의 공간이 열리게 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 지명자의 지향점은 생산성 혁명을 통한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며 "단순히 그를 매파로 규정하는 것은 단편적인 해석이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를 병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워시 지명자가 5월 취임 이후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 측면의 혁신을 근거로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게 보고 있어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 연구원은 이어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대응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금리에 수급 이슈가 크게 반영되고 국채 발행 물량 증가가 시장금리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금융시장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하향 안정화될 것…한은 통화정책 영향 제한적"

시장의 우려와 달리 워시 공포가 과도한 만큼, 국내 통화정책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위원은 "워시 지명자가 완화적 통화정책과 금리 인하 사이클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달러화 자체는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통화정책에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달러·원 환율도 강달러 압력이 해소되면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워시 지명자는 2006년 35세의 나이로 연준 이사에 임명돼 '최연소 이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인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월가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도맡았으며, 2011년 퇴임 전까지 벤 버냉키 의장의 2차 양적완화(QE2)에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등 뚜렷한 '매파' 성향을 보였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와는 오랜 지기(知己)로 알려졌다. 한은 안팎에서는 한미 통화당국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공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 Inc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워시 지명자는 이후 이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미국 현지에서 소통을 이어왔으며, 이 총재 취임 후에는 한은을 방문해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다만 이 총재 임기가 4월까지인 만큼, 이 총재가 연임하지 않는다면 5월 임기를 시작하는 워시 지명자와는 겹치지 않을 전망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