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산 0.5%↑, 5년 만에 최소…건설은 '역대 최악' 16.2%↓(종합2보)

생산·소비·투자 4년 만에 '동반 증가'…정부 "소비쿠폰이 내수 혈 뚫어"
건설기성 16.2%↓ IMF 이후 최악…"2022년 수주절벽 여파, 내년 풀릴 것"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1.2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심서현 기자 = 지난해 전(全)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늘며 4년 만에 동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조선업의 호황이 생산과 투자를 견인했고, 부진했던 소비도 정부의 소비쿠폰 지원 등에 힘입어 하반기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건설 부문은 1998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악의 감소 폭을 기록하며 산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도체발 온기가 돌았지만, 건설 경기 한파가 여전해 부문별 '온도 차'가 극명했다는 평가다. 연간 생산 증가 폭도 비상계엄 여파 등으로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가데이터처가 30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소매판매액지수(소비)는 0.5%, 설비투자는 1.7% 각각 늘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한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의 강력한 견인과 건설업의 하방 압력이 공존했다"며 "지표상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건설 경기가 나빠 체감 경기는 업종별로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

전산업 생산은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후 이어진 혼란의 여파로 2024년(1.5%)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2020년(-1.1%) 이후 5년 만의 최소 상승폭이다.

정부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계엄 여파와 고물가로 인한 실질구매력 약화가 겹치며 상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주춤했다"면서도 "하반기 들어 서비스업 생산이 큰 폭으로 늘고 내수가 살아나며 연간으로는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13.2% 늘어나며 전체 생산 증가를 주도했다.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서버용 고사양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경부 관계자는 "AI 투자가 견조해 과거와 달리 단가보다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대다수 기관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타운송장비 생산은 조선업황 호조로 23.7%나 뛰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1.9% 증가하며 전년(1.1%)보다 증가 폭을 키웠다. 보건·사회복지업이 4.8%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의료계의 진료 축소 기조가 있었으나 독감 유행과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 주식 거래 대금 증가 등에 힘입어 금융·보험업도 2.6% 늘었다.

반면 건설 경기와 밀접한 자재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시멘트·레미콘 등이 포함된 비금속 광물 생산은 12.3% 급감했고, 철강 등 1차 금속도 3.3%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0.5% 증가하며 2022년 이후 이어진 3년 연속 감소세(마이너스)를 끊어냈다.

내구재 소비가 4.5% 늘며 전체 지표를 끌어올렸다. 특히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부진했던 승용차 판매가 11.0% 급증했다.

데이터처는 신차 출시 효과와 정부의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이 맞물리며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소비 반등의 배경에는 정책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가계 실질구매력이 회복세였음에도 계엄 충격으로 소비 심리가 꽉 막혀 있었다"며 "새 정부 들어 지급한 소비쿠폰 등이 막혀있던 경제의 혈을 뚫어주면서 심리가 개선됐고, 이것이 하반기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0.3% 감소했다. 특히 화장품 판매는 5.6%나 줄어들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 특수가 사라진 영향을 받았다.

가전제품(-4.9%)과 가구 등도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19 당시 가전제품 구매가 급증했던 기저효과로 교체 주기가 도래하지 않은 데다, 주택 거래 부진으로 이사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0.6%)와 운송장비(4.2%) 투자가 모두 늘며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가 7.5% 늘었고, 정밀기기 투자도 8.3% 증가했다. 운송장비 투자는 법인의 전기차 구매 확대 등에 힘입어 전기 승용차 설비투자가 54%나 급증한 점이 눈에 띄었다.

반면 건설투자를 뜻하는 건설기성(불변)은 전년보다 16.2% 급감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8.1%)과 비교해도 감소 폭이 두 배에 달한다. 건축(-17.3%)과 토목(-13.0%) 공사 실적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이 심의관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인 철강, 비금속 광물 생산이 줄고 가구·가전 소비까지 위축되는 등 건설 부진이 내수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는 건설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2022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수주가 급감했던 충격이 2~3년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것"이라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가 작년부터 2년 연속 증가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부진이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은 서비스업과 광공업 생산이 모두 늘며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 증가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이 늘었고, 서비스업은 기계장비 도매업과 전문과학기술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소매판매는 한파 대비 의류 판매가 늘고 할인행사 등이 겹치며 전월보다 0.9% 증가했다. 투자는 3.6% 감소했다.

연간 지표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건설기성은 12월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12.1% 증가하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고, 향후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6p 상승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