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령지출 4.8% vs 일본 11.3%…OECD 41개국 중 '꼴찌'
공공·민간 다 부실한 '이중 저발전'…국민연금 성숙도 35% 불과
2050년 노인 40%인데 예산 최하위…"연금 구조 근본 수술 시급"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령 지출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조사됐다.
국가가 지급하는 연금도, 기업이 쌓아주는 퇴직금도 모두 부실한 이른바 '이중 저발전' 상태로, 우리나라 노후 지원에 투입되는 재정 수준은 이웃 나라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연금 체계의 근본적인 수술 없이는 '노후 절벽'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국민·기초·퇴직연금으로 파편화된 구조를 통합 관리하는 종합 재정 전략을 세우고,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 장기재정분석 I: 사회보장 재정지표 탐색 및 DB 구축'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노령 지출은 4.8%로, 조사에 포함된 OECD 회원국 38개국과 비회원 3개국(불가리아·크로아티아·루마니아)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의 공공보험(국민연금) 지출은 GDP 대비 2.4%, 공공수당(기초연금) 지출은 1.2%, 민간보험(퇴직연금) 지출은 1.2%로, 합계 4.8%에 불과했다.
보사연은 "한국은 공공보험, 공공수당, 민간보험이라는 세 개의 (노령 지출) 경로가 공존하나 각각의 성숙도가 낮아 총지출이 4.8%로 최하위"라며 "이는 공공 저발전과 민간 저발전이 겹친 '이중 저발전'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은 GDP 대비 공공보험 지출이 8.5%, 공공수당이 0.1%, 민간보험이 2.8%로, 총 11.3%를 기록했다.
정성 분석에서 보사연은 한국의 낮은 지출 수준이 △국민연금의 낮은 제도 성숙도(약 35%) △기초연금의 선별적 구조(자산조사형 95.0%) △민간연금의 미발달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보사연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OECD SOCX(사회복지지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41개국 6637개 프로그램의 지출 규모(정량 데이터)와 제도적 특성(정성 데이터)을 결합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연구는 이 같은 방법론이 실제 재정분석에 적용 가능한지를 살펴보기 위한 시범 분석 성격으로 진행됐다. 보사연은 이를 통해 기존 총량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제도 특성과 지출 구조를 함께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보사연은 공공보험, 공공수당, 민간보험이라는 세 경로 간 역할 분담과 조정을 전제로 한 종합적 재정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에 직면해 있다"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50년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노령 지출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으로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분산된 구조인 만큼 향후 재정 부담이 어느 경로에서 얼마나 확대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보사연은 "세 제도 모두 제도 성숙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보장성 확대와 재정 안정화라는 상반된 개혁 방향이 병존하고 있고, 기초연금은 도입 이후 정치적 환경에 따라 급여 수준이 조정돼 왔으며, 퇴직연금 역시 의무화 이후에도 가입률과 적립 수준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가하는 지출이 어느 경로에서 주로 발생할 것인지에 따라 재정 부담 주체(기여금·조세·민간부담)와 정책 수단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보사연은 "한국은 세 경로 가운데 어디에 집중할지, 각 경로를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한 정책 선택에 직면해 있다"며,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성숙한 해외 사례가 향후 경로 선택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책임진 송창길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노령 지출 구조를 단편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사회보장 재정 전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노령 영역을 시범적으로 분석해 향후에는 가족·고용 등 사회보장 9개 분야로 확장해 정책 판단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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