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달 뒤 환율 1400원대" 李대통령 확신…배경엔 RIA·WGBI 자신감

"펀더멘털·정책효과·WGBI 등 하방요인…시장쏠림에 고강도 구두개입"
전문가들 "방향성 동의하나 단기간은 무리일수도…대외변수 여전"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1.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심서현 기자

"관련 책임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거라고 예측들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와 시점을 언급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장 중 한때 1480원 선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이는 최근 수출 호조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시행·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정책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에 보여주고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출·성장 탄탄한데 과도한 저평가"…RIA·WGBI 등 '정책 효과' 기대

대통령이 '1400원 전후'를 언급한 배경에는 현재 환율 수준이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역대 최대 수출 실적(7000억 달러)을 달성했고 무역수지 흑자와 성장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경제 체력은 튼튼하지만, 심리적 요인과 엔화 동조화 등으로 인해 원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외환당국 수장들도 수차례 원화 가치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절하됐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대통령의 언급은 외환당국이 그간 발표한 대책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서학개미의 자금 환류를 위해 해외주식 매각 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와 국민성장펀드 세제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에는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를 전액 면제해 리쇼어링을 독려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큰손'인 국민연금과의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간 발표한 외환 유입 인센티브, 해외주식 매각 자금(RIA) 국내 반입 유도 등 대책들이 실제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들이 발표됐을 당시보다, 실제 집행되면서 나타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한두 달 후'라는 시점을 제시한 것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WGBI 편입은 오는 4월부터 11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정부는 500억~6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도 반응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회견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전 거래일보다 6.8원 내린 147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전방위적 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의 추가 상승 기대 심리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해 다소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과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어 있다. 2026.1.21/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방향 맞지만 '두 달 내'는 글쎄"…엔화·지정학 리스크 등 첩첩산중

전문가들은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단기간에 안정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외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안정되려면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이 맞물려야 한다. 현재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Coupling)돼 움직이는데, 엔화 강세 전환과 달러 약세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단기간 내 급격한 하락은 어렵다"며 "환율 하락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단기간에는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나 그린란드·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 엔화 약세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가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영화 이코노미스트는 "한두 달 뒤 1400원 초반대 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외 악재가 돌발하면 심리적 효과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에 '인상은 없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환율 상단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환율 레벨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시장에 '가이드라인'으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가격 수준까지 특정해 언급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만약 대외 변수로 인해 환율 방어에 실패할 경우 당국에 정책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