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대신 과징금 10배"…담합 과징금 40억→100억원 상향

불공정행위 금전 책임 대폭 강화…과징금 상한 50억원으로 현실화
단순 행정 위반은 과태료 전환…기업인 '잠재적 전과자' 양산 방지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 TF 단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제2차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경제형벌 규정을 대대적으로 수술한다.

경미한 사안이나 행정적 실수는 형벌 대신 과태료로 전환해 기업인의 형사 리스크를 줄여주는 한편,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대폭 상향해 경제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방침이다.

담합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30%까지, 정액과징금은 100억 원까지 상향된다. 본사가 대리점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할 때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한도도 현재의 10배인 50억 원으로 늘어난다.

당정은 30일 국회에서 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경제 형벌 합리화 2차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제형벌을 1년 내 30% 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어 당정은 지난 9월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2차 합리화 방안에서는 331개의 경제형벌 규정을 정비한다. 당정은 이날 발표한 개선안과 관련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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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위법행위 엄단…과징금 상향으로 '경제적 타격' 극대화

이번 2차 방안의 핵심 전략은 처벌의 패러다임을 '인신 구속' 중심에서 '금전적 책임'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특히 기업의 중대 위법행위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공정거래 관련 법률 29개 규정을 정비하고 과징금 규모를 현실화했다.

우선 담합으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경우 현재 40억 원인 정액 과징금 한도를 100억 원으로 올린다. 정률 과징금 기준은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한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시장 지위 남용)를 하면 과징금 한도를 매출액의 6% 혹은 20억 원에서 20% 또는 100억 원으로 강화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의 경우, 납품업자의 타사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했을 때 부과되던 '징역 2년' 조항을 폐지한다. 대신 기존 최대 5억 원이었던 과징금 상한을 50억 원으로 10배 상향해 실질적인 경제적 억제력을 확보했다. 시정명령 미이행 시에는 형사처벌을 진행한다.

'하도급법' 역시 크게 바뀐다. 발주자가 선급금을 받고도 하청업체에 지급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던 형벌(하도급대금 최대 2배 벌금)을 폐지하는 대신, 시정명령과 함께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특히 정액 과징금 한도는 기존 2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 외에도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내 위법 즉시 형벌 부과 조항이 폐지되는 대신 정액 과징금이 최대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상향됐으며, '위치정보법'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도 기존 4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5배 늘어난다.

"실수는 과태료로"…사업자 형사 리스크 대폭 경감

고의성이 없거나 단순 행정상 의무를 위반한 사안에 대해서는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높인다.

먼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자가 상호에 '금융투자' 등 유사 명칭을 사용했을 때 부과되던 형사처벌(징역 최대 1년) 규정은 폐지되고, 대신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대기환경보전법상 온실가스배출허용기준 준수여부 확인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던 벌금 300만 원도 과태료 300만 원으로 전환해 전과 기록이 남는 것을 방지했다.

비료관리법의 경우에도 비료의 성분·효과 등에 대해 과대광고한 경우 최대 징역 2년과 벌금 2000만 원이 부과됐으나, 이번 방안으로 형사처벌을 폐지하고 최대 벌금 2000만 원이 부과된다.

아울러 △자연재해대책법 △전파법 △관광진흥법 △자유무역지역법 △자동차관리법 △하도급법에서도 형벌이 폐지되거나 벌금이 과태료로 전환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2025.9.2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전과자 양산 우려있는 위반 형벌 완화…폐지 또는 경감

전과자 양산 우려가 있는 국민의 생활밀착형 의무 위반이나 경미한 실수에 대한 형벌도 대폭 완화된다.

자동차관리법상 캠핑카 튜닝 후 튜닝검사를 받지 않을 때 부과하던 벌금 최대 100만 원이 폐지되고 과태료 최대 100만 원과 시정명령 미이행 시 형벌로 완화된다.

이어 동물보호법상 동물미용업자 등이 인력 현황 등에 대해 변경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한 경우에 대해서도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던 것을 영업취소·정지 또는 과징금으로 대체한다.

또 개발할 수 있는 무인도서에서 승인 또는 변경 승인 없이 펜션 등 개발행위를 한 경우 최대 징역 1년을 또는 벌금 최대 1000만 원을 부과했으나, 형벌 조항을 폐지하고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 부과한다.

아울러 공통주택관리법, 자연공원법, 식품위생법, 어선법 등에서도 징역형이 폐지되거나 벌금이 과태료로 전환되는 등 형벌이 완화 또는 폐지된다.

기재부는 "당정은 오늘 발표된 개선안의 신속한 입법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편, 지난 9월에 발표한 1차 방안에 대해서도 조속히 입법이 완료되도록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며 "또한 '3차 과제' 발굴에도 즉시 착수해 경제 형벌 합리화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경제형벌 미인지·미숙지 등으로 법률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단체 등과 함께 관련 규정을 안내하는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