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석화산업 본격 구조조정 닻 오른다…'370만톤 감축' 여정은 험로

김정관 산업장관, 내년 1분기까지 구조조정 최종안 제출 요구
'속도' 주문하는 정부…업계 "전기료 지원 등, 실질적 지원 필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LG화학·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10개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와 만나 구조조정 이행 방안과 정부 지원책 등을 논의했다. 2025.1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새해 국내 석유화학산업 재편이 본격화한다. 이달 여수·대산·울산 등 국내 3대 석화산업단지의 주요 기업들이 산업 재편안을 모두 제출하면서 합작 법인설립이나, 공장 폐쇄를 축으로 한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업계 자율 설비감축을 통해 최소 270만~최대 37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행에 는 대규모 비용 부담 문제나, 기업 간의 합의 이행 여부 등의 변수는 여전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화학산업특별법에 '전기료 지원'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담아달라는 석화 업계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 최대 370만톤 설비 감축 목표…내년 1분기 구조조정 최종안 요구

29일 산업통상부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19일 여수·대산·울산 등 국내 3대 석화산단의 주요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 재편안을 토대로, 개별기업의 구체적인 설비 감축 계획 등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구조조정 방식 등은 어디까지나 업계의 자율영역이지만, 추가 감축 여력이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목표치 상향 조정을 독려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업계의 자율 설비감축을 통해 270만~최대 37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NCC(나프타분해시설) 설비 용량의 약 18~25%에 해당한다.

이번에 각 업계가 제출한 최대 감축목표치는 370만톤의 93%에 해당하는 약 343만톤 규모로 전해진다. 다만 정부는 개별 기업의 구체적인 설비 감축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업계에 이번 사업 재편안을 토대로 한 구조조정 최종안을 내년 1분기까지는 확정해 달라고 못 박은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는 업계의 고부가 전환을 지원하는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를 23일 출범하고, 지역 중소기업 애로 해소 및 고용지원 등을 담은 화학산업 생태계 종합 지원 대책을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김정관 산업장관은 석화 업계와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내년은 구조 개편의 성패를 좌우하는 추진의 해가 될 것"이라며 "사업 재편안을 바탕으로 최종 사업 재편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달라"고 했다.

여수·대산·울산 산단별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개편안이 가장 먼저 나온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연산 110만톤 규모 NCC 공장이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밖에 울산산단에서는 SK지오센트릭의 연산 66만톤 규모 NCC가 폐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간 협상 결과에 따라 전체 구조조정 규모가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여수산단에서는 두 개의 합작회사가 출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선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용 NCC를 통합하고 합작 법인을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폐쇄가 결정된 여천NCC 3공장(연산 47만톤)에 더해, 여천NCC 1·2공장이나 롯데케미칼 공장(연산 123만톤)에 대한 추가 감축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화학과 GS칼텍스도 합작 형태로 구조조정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연산 200만톤 규모의 NCC 2기를, GS칼텍스는 연산 90만톤 규모의 NCC 1기를 운영 중이다. 이중 설비 규모가 크고 노후화가 진행된 LG화학 1공장(연산 120만톤)을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울산 남구 석유화학산업단지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운영현황 및 애로사항을 청취한 후 생산 및 안전관리 현황 등을 종합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9/뉴스1
정부, 구조조정 '속도' 주문…업체 간 이해관계는 복잡, 과정 '험로'

정부는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최종안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자산 매각을 위한 실사와 기업 재무 평가,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기업 간 잠정 합의가 이행 단계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와 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업황 변화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업계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회는 이달 초 석화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유도를 위해 화학산업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업계에서 요구한 '전기요금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인센티브는 담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설비 교체나, 시설 폐쇄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이런 부담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하와 같은 인센티브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정부 지원에 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석화 산업재편은 2020년대 초부터 중국이 NCC(나프타분해설비) 증설에 나서며 국내 공급 과잉이 심화함에 따라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117만5000톤이던 수출 물량은 올해 189만4000톤으로 61% 늘었지만 톤당 수출단가는 1021달러에서 784달러로 하락했다. 그간 국내 석화 기업들은 대중 수출에 의존해 왔지만, 중국이 범용 제품 생산을 늘리며 물량을 저가로 밀어내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국내 석화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NCC 통폐합 등을 통한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산을 요청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