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환율에 은행 자본비율 하락 가능성…장기화시 양극화 심화"
"환율 급등시 위험가중자산 늘어 BIS비율 하락 압력"
서학개미·기관 해외투자, 환율 상승 주요 원인으로 꼽아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서울·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고환율의 장기화가 가져올 부작용으로 은행의 자본 비율 하락 가능성과 사회적 양극화 심화를 경고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돈줄을 죄면서 신용 공급이 위축될 수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2025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고환율 상황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복합적인 리스크를 조명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최근 환율 급등이 연말 금융기관들의 자본 비율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이나 외화유가증권 등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게 된다. 이는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을 늘리는 효과를 낳아, 결과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 부총재보는 "자본 비율이 하락하면 은행들은 규제 비율을 준수하거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려 할 것"이라며 "이는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 태도를 깐깐하게 만들어 신용 공급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 국내 은행들의 자본 비율이 규제 수준을 상당히 상회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도 "기업들이 연말 환율을 기준으로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기업 경영 활동 전반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고환율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장 부총재보는 "고환율 장기화는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며 "이는 고물가에 취약한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벌리는 등 사회 전반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과거와 달리 수출 기업의 낙수효과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환율의 혜택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반면 물가 상승의 고통은 전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은 최근의 고환율 현상이 일시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개인과 기관의 자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달러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개인 투자자(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는 국내 주식 순매도와 맞물려 구조적인 자금 이탈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기준 개인은 해외 주식을 68억 달러 순매수한 반면, 국내 주식은 47억 달러 순매도했다.
한은은 "한·미 증시 간 기대수익률 격차가 6%포인트(p)까지 벌어지면서 '머니무브'가 고착화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권도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대체투자와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한은은 "비은행권의 경우 환율 급등 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대응을 위해 달러를 긴급히 사들이면서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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