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 1470원 지속 땐 물가 0.2%p↑…레벨 관리 필요"(종합)

물가점검 간담회…"고환율, 전통적 위기 아니지만 양극화 심화"
"'큰손' 된 국민연금…해외투자 때 거시적 파급 고려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와 같은 국가 부도 위기는 아니지만, 내수 부진 등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어 환율 수준(레벨)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했다. 하지만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 머무를 경우 물가상승률이 2%대 초중반(2.3%)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해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다른 면에서 위기라고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외채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 위험이 있었지만, 지금은 순대외채권국이라 환율 절하 시 이익을 보는 곳도 많다"면서도 "환율 상승은 수출과 내수의 격차를 키워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출 기업은 고환율 효과로 실적이 개선되는 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는 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K자형' 양극화를 우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환율 변동성뿐만 아니라 레벨 자체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00원 초반에서 달러가 안정됐는데도 한동안 절하 국면으로 간 데에는 내부적인 요인이 크다"며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불필요하게 환율이 올라간 부분은 변동성뿐만 아니라 레벨에서도 조율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민연금과의 공조를 꼽았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인식에서다.

이 총재는 "환헤지 게시와 중단 시점, 의사결정 방식이 너무 투명해 박스권을 형성하기 쉬워 한 방향으로 쏠리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덜 투명하게 전략적으로 해서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지금 워낙 큰손이 됐다. 앞으로 모수개혁 통해 더 증가할 자산도 굉장히 커서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0년 전과는 너무 다르다"며 "해외투자에 있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할 때 거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은은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과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고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겠지만, 당장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환율이 10% 오르면 물가는 평균적으로 0.3%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기업들이 비용 압력을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나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제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위협했다. 한은은 고환율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정부, 국민연금과 협력해 수급 안정화 조치를 지속할 방침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