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車 관세혜택 확대·英고속철 시장 개방(종합)

자동차·K-푸드 등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 완화
'조지아 사태' 교훈…비자 제도 정비로 전문인력 일시체류 원활화

산업통상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 장관이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짓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산업통상부 제공)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과 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추가 협상에 나선 지 2년여 만에 개선 협상을 타결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한국의 대(對)영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의 무관세 혜택 범위가 확대되고, 영국 고속철 및 주요 서비스 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서 양국 교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신통상규범도 다수 반영됐다.

영국은 한국의 20위 규모의 수출국이자, 25위 교역국으로, 이번 협정이 양국 경제 교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 장관이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짓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한·영 FTA로 99.6% 상품 이미 무관세…개선 협정에선 원산지 기준 완화

한영 양국은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선언 이후 교역·투자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발효된 한·EU FTA와 동일한 내용으로 한영 FTA를 체결했으며, 협정은 2021년에 발표됐다.

양국은 FTA 발효 후 2년 내 후속 협상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해 초부터 6차례 개선 협상 및 5차례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쳐 이날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공동선언문에는 대(對)영 수출액의 36%(2024년 기준, 23억9000만달러)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10%)의 경우 기존에는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았지만, 이 기준을 25%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리튬·흑연 등 수입 원료의 가격에 따라 산출되는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지는데, 이번 기준 완화로 한국 기업의 FTA 관세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뷰티, K-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도 완화돼 국내 상품의 영국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앞으로 화장품 등 화학제품(관세 최대 8%)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되는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 등 가공식품(관세 최대 30%)도 지금은 밀가루, 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되지만, 이 요건이 삭제되면서 주요 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英 고속철 시장 개방 등 정부조달 시장 접근성 개선…비자제도도 개선

정부조달 시장에서는 영국이 고속철도 시장을 추가로 개방한다. 기존에는 한국만 일방적으로 이 시장을 개방했지만, 이번에 불균형이 시정됐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를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산 게임의 유럽 진출 확대 발판을 마련될 전망이다.

신서비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영국 진출 기반도 구축했다.

비자 제도도 정비했다. 영국 내 제조 공장 설립 초기 한국 엔지니어, 기계·설비의 유지·보수 전문인력 등의 수월한 영국 입국을 가능케 해 미국 '조지아주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특히 기술 인력의 영국 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한국 본사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게 했다.

바이오·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전문 인력의 영국 입국 및 체류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문화 부문에서도 서비스·디지털 등 챕터에 시청각 서비스를 적용하고, 기존 문화 협력 의정서를 개정해 강화된 재정 지원 등이 포함된 현대화된 시청각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키로 했다.

투자자 보호 부문에도 새로운 규범을 도입,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디지털 규범 도입 및 AI 협력 분야에서는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컴퓨팅 설비 등의 현지화 요구 금지, 소스 코드 제출 요구 금지, 온라인 소비자 보호 규범 등 신규 규범을 대폭 반영했다.

AI 분야에서는 기술 선도국인 영국과의 상세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간 연구개발 강화 및 관련 투자 증진, AI 육성을 위한 정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도 체계화한다. 희토류와 요소수, 배터리 등 주요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분야를 신설하고, 연구개발 및 국제표준화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이 발생한 경우에는 양국이 지정한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열어 교란 품목 신속 수출, 대체 공급처에 관한 정보 공유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한영 혁신위원회'를 신설, 정기적으로 AI,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첨단 제조 등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영 FTA 개선협상 타결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환경에서 자유시장 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2025.1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작년 한영 교역규모 112억달러, 韓 수출은 66.4억달러…車·선박 위주

영국은 한국의 20위 규모의 수출국이자, 25위 교역국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영국의 브렉시트 영향으로 감소했던 양국 간 교역액은, 2021년 한영 FTA 본협정 발효 이후 100억달러선을 회복한 뒤 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양국 교역액은 112억 1000만 달러(약 16조 5000억 원)로, 전년 동기(111억 1000만 달러)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해 대영 수출액은 66억 4000만 달러(약 9조 7600억 원)로, 전년(59억 6000만 달러) 대비 11.5% 증가했다.

대영 수출 주력품은 전기자동차와 기타자동차, 선박, 승용차, 무선전화기 등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기자동차 수출액은 11억56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기타자동차(7억5900만달러), 선박(4억9500만달러), 승용차(4억2100만달러), 무선전화기(3억8400만달러) 순이었다.

한국은 영국산 원유, 기타자동차, 의약품, 백금, 승용차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국가 중 네덜란드, 몰타에 이어 3위 대(對)한 투자국이기도 하다. 2014년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영국의 대한국 투자 누적 총액은 25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투자 비중은 금융 및 보험업이 25%로 가장 높고, 화공업, 도·소매업유통)업, 전기·가스업 순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영 투자 누적 총액은 284억4000만달러로, 유럽 국가 중 룩셈부르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투자 비중은 금융 및 보험업(36%), 광업(19%), 부동산업(14%), 제조업(8%) 순이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