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도비 30%' 이견에 재공모 가능성
예산 분담 합의한 광역지자체 절반 그쳐…나머지 재공모 가능성
'사업비 분담 논란'에 직접 입연 李 "추가 공모로 신속 추진"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예산 분담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정부는 사업비를 국비 40%, 지방비 60%(도비 30%, 군비 30%)로 분담하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지방비 비율은 도(광역)와 군(기초)이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도비 30% 미부담 시 국비 배정 보류 검토'라는 부대의견이 추가되면서 광역자치단체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범사업 대상 10개 군 가운데 절반의 지방정부는 도비 30% 부담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도비 지원에 응하지 않는 광역자치단체에 속한 시범대상 군(郡)에 대해선 '재공모'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1월 시행 예정인 농어촌 기본소득 추진을 위해 10개 군(郡) 및 해당 광역지자체와 예산 분담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감소지역 중 선정된 10개 군에 1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월 15만 원(4인 가구 기준 60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시범지역은 △전북 순창 △강원 정선 △충남 청양 △경기 연천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전북 장수 △충북 옥천 △전남 곡성 등 10곳이다.
하지만 당장 시범사업 시행까지 한 달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예산 분담에 합의한 곳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가진 사후브리핑에서 "절반 이상의 도가 협조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광역지자체는 도비 30% 부담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충남도는 청양군 사업비 540억 원 중 10%인 53억 원만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강원도는 6% 수준만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충북·경북 역시 도비 부담을 18%에서 더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논란은 국회가 기초단체의 재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부대의견을 붙이면서 촉발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도비 30%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국비 배정 보류 검토'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는데,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분담률 상향으로 광역지자체가 추가로 감당해야 할 금액은 총 9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129억 원(분담률 18%)을 분담해야 했던 전남은 366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충북은 156억 원(18%)에서 260억 원, 전북은 87억 원(18%)에서 256억 원, 경남은 124억 원(18%)에서 207억 원, 강원은 70억 원(12%)에서 176억 원, 충남은 54억원(10%)에서 162억 원, 경북은 50억 원(18%)에서 83억원으로 각각 분담금이 늘어난다. 경기만이 유일하게 당초부터 분담률을 30% 24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일부 도는 이미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추가 반영은 불가하다'며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논란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정책방향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이 논란거리"라며 "정부 예산은 확정됐으니까 하면 되는데, 광역도에서 30% 부담을 못 하겠다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30% 부담을 하지 않는 곳은 사업을 하지 말라고 부대조건을 달았는데, 기초지자체에서는 차라리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하는 곳이 있다는 곳도 있다"며 "국회 의견을 따라야 한다. 각 도에 기회를 주고 하겠다는 곳이 많으니, 추가 공모를 해서 빠르게 선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도의 의견 조회를 한 번 더 해봐야 한다. 도에서도 부담하겠다는 의견을 가진 곳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덕흠·엄태영·김성원·임종득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이 정부만 생색내고 지방 재정은 파탄 난다"며 "시작도 하기 전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비 지원율 40%, 나머지 60%는 지방정부 부담으로 떠넘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정부가 최소 80%까지 국비 지원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표 정책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기록할 것인지, 아니면 국비를 확대·운영해 새로운 정책 실험으로 농어촌을 살릴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정부는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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