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계엄 1년] "소비 쇼크 부른 계엄…韓경제 0%대 추락의 순간"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 "연초 역성장, 계엄 영향…트럼프 악재까지"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2차 관세전쟁' 가능성…AI 버블 붕괴도 경계"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전민 이강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사회·정치적 불안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실제 소비에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까지 이어진 사례였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난달 2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계엄 사태 1년을 맞은 한국 경제를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의 경로를 바꿀 정도의 구조적 사건은 아니었지만, 내수 심리에 찬물을 끼얹으며 '0%대 성장' 추락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주 본부장은 계엄이라는 내부 충격은 완화됐지만, 트럼프 리스크와 인공지능(AI) 버블 붕괴 가능성 등 대외적 파고가 내년 한국 경제를 또다시 거칠게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본부장은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결정적 원인으로 '계엄발(發) 소비 쇼크'를 지목했다. 그는 "계엄이 터졌을 때 소비 심리 지수가 급격히 악화했고, 이는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올해 1분기 역성장은 계엄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소비는 심리다. 돈의 유무를 떠나 정치·사회적 불안이 닥치면 지갑을 닫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새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소비 쿠폰 등 재정을 투입해야 했고, 결국 이중으로 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0.9~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배경에는 계엄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주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수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주 본부장은 "올해 1%대 성장에 그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 수치는 반등하겠지만, 실질적인 체감 경기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라며 "트럼프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자동차 수출의 절반이 미국에 집중돼 있어 타격이 불가피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연 200억 달러 대미 투자' 부담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흔들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라며 "우리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며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 본부장은 내년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미국 중간선거'를 지목했다.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치에서의 불만을 잠재우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바깥으로 화살을 돌려 '2차 관세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가 무효라는 판결이라도 나오면, 이를 핑계로 더 강한 무역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대해서는 'AI 버블' 가능성을 우려했다. 주 본부장은 "엔비디아 등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버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AI 투자는 크게 늘었지만, 실제 기업들이 이를 통해 성과를 냈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쯤에는 AI 거품 붕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 고점을 찍고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에 대해서는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앞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계엄령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증폭되며 지난 4월 1480원 중반대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후 정국 혼란이 수습되며 6월 말에는 1300원 중반대까지 떨어져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하반기 들어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과 늘어난 해외투자 등 대내외 요인에 의해 재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 본부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1500원을 한 차례 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교체되는 내년 5월 이후에는 환율이 하락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투자 주도 성장'을 주문했다. 주 본부장은 "올해 소비 쿠폰 지급은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지만,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이 정부 지원에 기대게 만들고, 재정 중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대신 그는 "정부가 강조하는 AI 등 신산업 분야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며 "기업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늘리고, 이것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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