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석화 구조조정으로 생산 최대 6.7조 감소…'골든타임' 잡아야"

구조재편시 GDP 0.05%p 하락 전망…고용 감소 최대 5200명
"설비감축 비용 R&D 투자하면 회복 가능…고부가가치 전환 서둘러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2025.8.11/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의 기술 추격으로 위기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뼈를 깎는 구조재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며,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현황 진단 및 구조재편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공급 감축 계획에 따라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이 이뤄질 경우 내년 산업생산은 최대 6조 7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며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에틸렌 가동률은 2022년부터 85%를 밑돌고 있으며, 국내 업계의 영업이익률 역시 2021년 9%대에서 2022년 2.9%로 급락한 뒤 올해는 마이너스(-0.1%)로 돌아설 전망이다.

한은은 이 같은 위기의 원인으로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과 국내 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꼽았다.

중국과 미국이 2020년 이후 에틸렌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했음에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고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를 유지해 온 탓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생산설비 대부분이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인 점도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분해설비(ECC), 중국은 석탄 기반 설비(CTO)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한국은 고유가 상황에서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자율참여 방식의 공급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단기적인 경제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부의 계획대로 나프타 생산량을 7.5~15.2% 감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6년 산업생산은 3조 3000억 원에서 최대 6조 7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시산됐다.

부가가치는 5000억 원에서 1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6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0.024~0.048%에 해당하는 규모다.

고용 역시 2500명에서 최대 52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 감소의 충격은 석유화학 제품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전방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플라스틱, 고무 등 소재 산업은 물론 자동차, 정밀화학, 섬유, 건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러한 단기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구조재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등 경쟁국들이 이미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은은 기업들이 설비 감축으로 절감한 비용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한다면 성장 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업들이 3년간 R&D 투자를 약 3.5%씩 늘릴 경우 구조재편으로 인한 단기 성장 감소분을 충분히 상쇄하고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정석 한은 조사국 재정산업팀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이 될 수 있겠지만,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이 가시화될 때 우리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