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사이클 종료?…'인하 기조 유지' 대신 '인하 가능성'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와 관련한 문구의 톤을 낮췄다.

지난달까지 유지해 왔던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가 중단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향후 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 및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까지의 통방문 문구와 비교해 확연히 결이 달라진 것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줄곧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며 인하 방향성을 명확히 해왔다. 또한 향후 결정 변수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언급해, 인하 자체는 상수로 두고 시점만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통방문에서는 '인하 기조'라는 단어가 '인하 가능성'으로 대체됐고, 결정 사항에도 '시기와 속도' 대신 '여부 및 시기'가 들어갔다.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를 더 이상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됐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지만 향후 경로에 상·하방 위험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고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 상승 기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와 물가 눈높이가 모두 올라간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과 집값 불안 등 금융안정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굳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유인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지난 8월 전망 대비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올해와 내년 모두 2.1%로 높여 잡았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진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