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 투입한다…'전략적 환헤지' 논의
환율 불안 계속되자…4자 협의체 가동 "연금 수익-시장 안정 조화"
사실상 환헤지 등판 시사…"수급 숨통 기대" vs "수익률 훼손"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외환당국과 '외환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공식 협의체를 가동하고 환율 방어 총력전에 나섰다.
협의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재개를 시사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외환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수급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연금의 본질적 목표인 수익성 훼손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15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전날보다 3.7원 내린 1471.9원에 출발했으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4533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역송금 수요가 몰리며 장중 상승 전환했다.
이처럼 환율 고공행진이 진정되지 않자, 외환당국은 '4자 협의체'를 발족하며 시장 심리 진정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구윤철 부총리가 긴급 시장점검회의에서 "주요 수급 주체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의 후속 조치다.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수익성과 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민연금이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높이거나, 한국은행과의 외환 스와프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에서는 1480원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개시 구간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43.9%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달러 환전 수요가 환율 상승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다만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구원투수' 등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외환시장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규모가 커지면서 자금의 대규모 이동이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환헤지 계약 시 은행의 반대매매를 통해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므로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국가 경제가 살아야 노후 소득 보장도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적정 규모의 헤지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연금의 원칙인 '수익성'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비용 절감과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액 환오픈(환율 변동성에 자산을 노출)' 전략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2022년 국민연금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100% 환오픈 정책이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라며 "환율 방어를 위해 국내 자산 비중을 높였다가, 나중에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내수 침체와 성장률 둔화 등 부정적 펀더멘털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것"이라며 "기업 밸류업과 규제 혁파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환율 안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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