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 직불 합의해도 원청이 보증"…공정위, 하도급 대금 '3중 잠금'

지급보증 면제 사유서 '직불 합의' 제외…시행사 부실 대비
수급사업자에 '정보요청권' 부여해 원도급 계약 내역 확인 가능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심서현 기자 = 앞으로 건설 공사에서 발주자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했더라도, 원사업자(시공사)는 의무적으로 '대금 지급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발주자인 시행사가 부실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하도급 업체가 원사업자와 발주자 간의 계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요청권'이 신설되고, 대금 유용을 막기 위한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도 민간 건설공사까지 의무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하도급 대금 지급 안정성 강화 방안'을 23일 발표했다. 건설 경기 둔화로 인한 하도급 업체의 연쇄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급보증 강화 △정보요청권 신설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라는 '3중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우선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의무 면제 사유를 대폭 축소한다. 현재는 발주자와 원사업자, 수급사업자(하도급 업체) 3자 간에 발주자가 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직불 합의)한 경우, 원사업자의 지급보증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발주자인 시행사가 부도를 내거나 자금난을 겪는 사례가 늘면서 문제가 됐다. 발주자만 믿고 있다가 원사업자의 보증도 없어 대금을 떼이는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발주자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시행사인 경우도 많아 발주자조차 못 믿는 경우가 생긴다"며 "직불 합의가 있더라도 지급보증 면제 사유에서 제외해 하도급 업체가 원사업자나 보증기관으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제공)

또한 원사업자가 지급보증에 가입한 후 그 보증서를 수급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교부하도록 법을 개정한다. 수급사업자가 보증 가입 여부를 몰라 청구를 못 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원도급 계약'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요청권'도 신설된다.

그동안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가 '발주자에게 돈을 못 받아서 줄 돈이 없다'고 할 경우, 실제 발주자가 돈을 안 준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앞으로는 수급사업자가 자신의 대금과 관련된 원도급 계약의 기성금 지급 현황, 압류 현황 등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원사업자의 지급 불능 상황이 확인되면,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신속하게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다른 용도로 유용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한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발주자가 입금한 공사 대금 중 하도급 업체의 몫과 자재·장비 대금, 근로자 임금 등은 원사업자가 인출할 수 없게 '인출 제한'이 걸린다. 원사업자는 자신의 몫(이윤·경비 등)만 가져갈 수 있다.

현재 '하도급지킴이'(조달청) 등 공공 부문과 '노무비닷컴' 등 민간 시스템이 운영 중이나,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에 그쳐 활용도가 낮았다. 공정위는 공공 부문은 전 분야, 민간 부문은 건설 하도급 거래에 대해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 원사업자의 부담을 합리화하기 위해 지급보증금액의 상한을 하도급 대금으로 한정하고, 1000만 원 이하 소액 공사 등 실익이 없는 경우 보증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지급보증, 발주자 직불 보완,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이라는 '3중 보호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발주자부터 하도급 업체까지 대금 흐름이 막힘없이 뚫려 제때 제값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